김대현 토스랩 대표가 2020년 9월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토스랩(업무용 메신저 잔디)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원격근무가 ‘대세’가 되자, 국내 시장의 잠재성을 알아본 외산 ‘SaaS(Software as a Service·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한국어론 보통 ‘싸스’라 발음)’가 밀려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국산 업무용 메신저 잔디는 외산 SaaS와 맞서는 동시에 오히려 대만·일본 등 아시아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중이다. 대만·일본·중국 등 세계 63국에 진출했다. 이미 대만에서는 1위 업무용 메신저다. 잔디를 운영하는 토스랩의 김대현 대표는 최근 Mint와 만나 “잔디는 한국형이 아닌 아시아 시장 전체를 노린 글로벌한 업무용 협업 툴”이라고 했다.

-왜 업무용 메신저, 협업툴을 써야 하는가?

“일단 공과 사가 구분된다. 카카오톡 등 개인용 메신저로 일해보지 않았는가. 프로필을 바꿨다가 직장 상사로부터 핀잔 들어본 적 다들 있을 것이다. 특히 여성분들이 잔디를 쓰고 편하다고 한다. 그동안 프로필 사진과 가족사진 등 사적 영역을 들여다보는 것이 싫었다는 것이다. 또 매번 새 채팅방이 생겨나고, 올려둔 파일을 찾기도 불편하다. 찾아도 기한이 만료돼 받을 수도 없다. 개인용 메신저는 간결하게 일할 수가 없는 구조다”

-잔디를 쓰면 업무가 간결해지나?

“그렇다. 일단 편해진다. 잔디는 업무용 메신저이자 회의·문서작성 등을 대신하는 협업 솔루션이다. 기존에 쓰던 메신저를 단순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이전 업무 툴보다 업무 효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나만 해도 하루종일 미팅에 치여 산다. 그런데 잔디로 온라인 회의를 하면 동시에 세 팀과 각각 회의를 하기도 한다. 파일 공유와 검색도 편하다. 각 주제별로 생성된 대화방에 문서나 영상 파일을 올려놨다고 해보자. 검색창에 대강의 파일 이름이나 확장자(pdf,xls)만 입력하면, 수년전에 올렸던 파일도 바로 뜬다. 잔디 이용자2000명을 설문해보니, 우리 서비스를 쓴 후 주간회의 등 미팅이 30% 줄었고, 사내 이메일이 82% 줄었다고 한다.”

-슬랙 등 외산 협업툴도 비슷한 기능이 있는 것 같은데…잔디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메신저 기반 업무용 협업 툴 ‘잔디’ 이용자는 최근 200만명을 돌파했다.

"한국적인, 유교문화적인 특징을 반영했다. 조직문화가 수평화돼가고 있다지만, 아직 동아시아권에서는 수직적인 문화가 지배적이다. 타 부서와 일을 할때도, 서구권 같으면 타부서 담당자에게 바로 일을 토스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러기 힘들다. 그 직원이 어느 조직에 속해있는지, 팀장은 누구인지 확인한 뒤 부탁해야 한다. 잔디에는 조직도가 기본 탑재돼 있다. 슬랙에는 조직도가 없다. 물론 아직 미국은 조직도 문화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직장용 이모티콘도 강점이다. 잔디에는 ‘확인했습니다’, ‘승인’, ‘반려’ 등 상황이 담긴 대답형 이모티콘이 다수 탑재됐다. 한국 조직생활에선 대답 하나에도 미묘한 감정과 속뜻이 담겨있다보니 오해 없이 이모티콘으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비슷한 문화가 있는 일본·중국·베트남 버전에도 비슷한 이모티콘이 기본적으로 들어있다."

-단순히 문화적인 요소만 고려했는가.

/토스랩 국산 업무용 메신저 잔디가 제공하는 중국어판(위), 일본어판 업무용 이모티콘 모음.

“그렇지 않다. 고객 대응도 외산 메신저보다 빠르다. 한국 뿐 아니라 대만·베트남 등 아시아권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들을 실시간 라이브챗으로 대응한다. 아시아권에 집중하다보니 시차도 적은 편이다. 또한 현지 통화로 결제할 수 있다는 점이 동남아 시장에서 먹혔다. 타 협업툴은 달러나 신용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보니, 신용카드 인프라가 부족한 동남아 스타트업들이 결제에 애를 먹는다. 잔디는 현지 파트너들과 협업해 현금도 받는다.”

-코로나 이후 성장세가 궁금하다.

“코로나가 본격 확산한 2월 이후 일평균 가입자수가 약 350명에서 900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중소기업·스타트업 뿐 아니라 코스맥스, 넥센타이어, 보성그룹 등 중견기업들도 잔디를 업무용 협업툴로 선택했다. 지난 8월말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14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도 유치했다. 누적 투자금액은 270억원이다. 이 돈으로 ‘협업툴 하면 잔디’가 떠오를 수 있도록 마케팅을 강화하고 업무용 기능을 업그레이드 하겠다.”

-결국 카카오도 뛰어들었다. 경쟁에 자신 있는가.

“잔디도 이제 5년 된 서비스다. 이전에도 다른 국내 대기업들이 협업 메신저와 툴을 내놓았다. 우리는 스타트업이지만 현재 가장 많은 사용자와 기업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다른 기업과 달리 (협업 툴에) 전사적인 역량을 모으고 있다. 변화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환경에 좀 더 빠르게 대처하고 귀를 기울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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