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인 페이스북을 상대로 반(反)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페이스북이 과거 인스타그램·왓츠앱을 불공정하게 인수해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는 혐의다. 미 정부는 페이스북에 기업 분할 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해 소송 결과에 따라 페이스북이 쪼개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15년 간 인스타그램·왓츠앱 등 70개사 인수
9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무역위원회(FTC)와 46개 주(州) 검찰은 신생 기술 기업들을 매수해 시장 경쟁을 저해한 혐의로 페이스북을 상대로 워싱턴DC 연방법원에 독점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왓츠앱 등 경쟁사들을 인수해 소셜미디어 시장 경쟁을 배제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는 온라인 플랫폼의 위력에 대한 정부의 우려 수준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전했다. 이날 페이스북 주가는 장중 전날 대비 4% 넘게 떨어졌다가 이후 낙폭을 회복해 1.93% 미끄러진 277.92달러로 마감했다.
FTC는 소장에서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를 통해 시장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며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이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위협적인 상대라는 것을 인식하고 경쟁을 피하기 위해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피해갔다”고 주장했다. FTC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08년 “경쟁을 하는 것보다는 구매하는 게 더 낫다”고 언급한 것에 주목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2년에 사진 공유 서비스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 2013년에는 190억 달러에 메신저 앱 왓츠앱을 인수했다. 이밖에 최근 15년 간 70개 기업을 사들였다.
FTC는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왓츠앱 인수를 무효화하고 이 회사들에 대한 분할 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난 코너 FTC 경쟁사무국장은 “우리 목표는 페이스북의 반경쟁적 행위를 되돌리고 경쟁을 회복함으로써 혁신과 자유로운 경쟁이 번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는 이미 정부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은 사안”이라며 “FTC의 소장을 검토해 조만간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최근 구글을 제소한 데 이어 두 달만에 페이스북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미 법무부와 11개주 검찰은 지난 10월 구글이 자사 앱이 선탑재된 상태에서 스마트폰이 판매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회사에 수십억 달러를 제공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소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