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여론 조작 등 끊임없는 사회적 논란을 빚었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서비스를 16년 만에 완전히 폐지한다.

네이버는 “실검 서비스와 모바일 네이버 홈의 ‘검색 차트’를 이달 25일 종료한다”고 4일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주어진 콘텐츠를 소비하기보다 능동적으로 자신의 취향·기호에 맞춰 콘텐츠를 선택하는 트렌드 변화에 맞춰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말했다.

2005년 5월 처음 시작된 네이버 실검 서비스는 일정 시간 동안 네이버 검색창에 입력되는 검색어를 분석, 입력 횟수의 증가 비율이 높은 검색어 순서대로 제공해왔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우선 서로 다른 정치 성향의 이용자들이 ‘실검 장악 전쟁’을 펼쳤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찬반 양측이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과 같은 키워드를 경쟁적으로 실검에 올린 게 대표적 사례다. 또 온라인 쇼핑몰이나 핀테크 기업들이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실검 챌린지’ 이벤트를 펼치는 행태가 만연하며 업계에선 실검이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광고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네이버가 실검을 조작한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 같은 논란에도 실검 서비스를 빠르게 접지 못했다. 경쟁자인 카카오는 지난해 2월 총선을 앞두고 다음의 실검 서비스를 먼저 폐쇄했지만, 네이버는 서비스를 없애는 대신 모바일 앱에서의 노출 위치를 잘 안 보이는 곳으로 옮기고 개인 관심사별 실검을 제공하는 등 부분적인 개편을 해왔다.

일각에서는 올해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만들지 않기 위해 서둘러 실검을 종료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2일부터 선거 당일인 15일까지 실검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었다. IT업계 관계자는 “트래픽 유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실검 서비스를 쉽게 포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연 매출 6조원에 이르는 한국 대표 인터넷 기업이 여론 조작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데 대한 경영진의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