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 배달의민족 대표, 토스 이승건 대표, 게임업체 펍지 김창한 대표 같은 유명 벤처·스타트업 CEO들이 밤마다 모이는 곳이 있다. 코로나 사태로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 상황에서도 수백명이 이들의 대화를 듣고 질문하면서 순식간에 몇시간이 지나간다.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 이른바 ‘인싸'(그룹·모임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인사이더)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정재승 KAIST 교수, 걸그룹 레인보우 지숙, 가수 호란과도 얘기를 나눌 수 있다. 클럽하우스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이 장악해온 소셜미디어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블룸버그·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차세대 소셜미디어 스타’로 꼽는 클럽하우스 열풍이 국내에도 상륙했다. 클럽하우스는 지난해 4월 실리콘밸리에서 출시된 소셜미디어 서비스다. 애플의 아이폰용 시범 서비스 앱만 나온 상태인데도, 온라인 중고 시장에선 이 서비스 이용을 위해 아이폰을 구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클럽하우스를 만든 스타트업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은 창업 8개월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반열에 올랐다.

◇'나만 소외됐다' 심리 노린 소셜미디어

기존 소셜미디어와 가장 차별화되는 클럽하우스의 특징은 ‘쌍방향 음성 기반’이라는 점이다. 사용자가 방을 개설하고 대화할 사람을 초청하면 수많은 사람이 그 방에 들어가 스피커(발언자)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다. 대화방 리스트를 보고 들어온 청취자들도 ‘손들기' 버튼을 클릭하면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팟캐스트나 유튜브와 달리 원칙적으로는 모두가 대화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 현실에서 만나기 힘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속내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 이용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지난해 말 60만명 수준이던 클럽하우스 앱 사용자는 최근 한 달 만에 20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에선 머스크가 클럽하우스 대화방에서 ‘공매도 반대’ 발언을 해 화제가 된 이달 초부터 사용자가 급증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원하는 주제의 대화방에 자유롭게 들어가고, 직접 개설할수도 있다.

클럽하우스의 인기 비결은 ‘코로나 시대에 만남을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공간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IT 매체 엔가젯은 “코로나로 사람들이 고립됐다고 느끼는 순간에 클럽하우스가 등장했다”고 했다. 재택근무에 흔히 사용하는 ‘줌’과 달리 음성 채팅만 제공하지만 그게 오히려 강점이 됐다. 클럽하우스 사용자인 홍윤희 이베이코리아 이사는 “영상이 없기 때문에 화장을 하거나 옷을 꾸밀 필요도 없다”고 했다. 대화가 이뤄지는 순간에 대화방에 없으면 영원히 대화를 다시 들을 수 없는 것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요소다. 모든 대화는 녹음하거나 외부로 전송할 수 없다. 뇌과학자 장동선씨는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얘기하는 경향이 생기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재미있는 일에서 자신만 소외된다는 두려움, 이른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를 자극한다”고 했다.

◇오디오가 대세 될까

클럽하우스에 앞서 ‘디스코드’라는 음성 소셜미디어도 뒤늦은 ‘대박’을 터뜨렸다. 2015년 출시된 디스코드는 당초 게이머 전용 음성 채팅앱으로 출시됐다. 전 세계 게이머들이 얼굴을 모르는 팀원과 소통할 때나 쓰던 앱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1년을 거치며 게이머들이 아닌 일반 사용자들이 빠르게 유입됐다. 특히 주식 투자를 위한 정보에 목 마른 미국 등 전세계 개미 투자자들의 정보 교환 대화방이 우후죽순 생겼다. 누구나 무료로 대화방을 개설하고, 수백·수천명과 대화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각광받은 것이다. 현재 디스코드 가입자는 3억명에 이른다. 미국 포브스가 지난해 최고의 소셜미디어로 디스코드 앱을 선정하기도 했다.

가수 호란이 개설한 클럽하우스 대화방.

디스코드와 클럽하우스의 성공에 웨이브·리퍼(riffr) 등 음성 기반 앱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MIT테크놀로지 리뷰는 “소셜미디어의 미래는 음성일 것”이라며 “신규 힙(hip·인기) 앱들이 사람들의 소통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고 했다. 이들 신규 소셜미디어 앱 이용자는 전 세계 수십억명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유튜브·틱톡에 견줄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2017년 등장한 틱톡이 10~20대 젊은층을 사로잡으며 불과 3년 만에 주류 소셜미디어가 된 것처럼 이들 앱도 순식간에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트렌드 변화가 빠른 플랫폼 산업에서는 영원한 승자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