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기업인 중국 BOE는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 M시리즈 일부 모델에 OLED 패널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BOE가 삼성전자에 LCD를 공급한 적은 있지만 OLED 패널을 공급하는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M51에도 중국 2위 디스플레이 업체 CSOT의 OLED 패널이 탑재된 바 있다. 아직 비중은 적지만,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OLED를 독점 공급하던 삼성디스플레이로선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 현황

여기에 일부 중국 업체들이 전 세계에서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게 생산하던 TV용 대형 OLED 패널 양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양산에 성공하는 순간 가격 후려치기와 물량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LCD에 이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에서도 공세를 강화하며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저가 공세로 LCD 시장에서 한국 기업을 추월한 이들의 전략이 OLED 시장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OLED도 LCD 전철 밟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저가 LCD 공세가 시작된 2010년 초부터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노트북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 시장을, LG디스플레이는 TV용 대형 OLED를 독식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점유율은 지난 2018년 95.5%에서 지난해 84%대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 업체들은 3.6%에서 14.1%로 수직 상승했다. 중국 BOE는 지난해 애플 아이폰12의 교체용 OLED 패널 공급 계약도 맺었다. 수리해 쓰는 중고 제품용이긴 하지만 OLED 시장에 진출한 지 4년 만에 애플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다. BOE는 현재 건설 중인 중국 내 3개 공장이 가동되면 패널 생산량이 월 14만장 이상으로 삼성디스플레이(17만장)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CSOT·HSK 등 다른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OLED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재 중국 내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OLED 생산라인은 20개가 넘는다.

업계에선 중국의 OLED 기술력이 한국을 거의 따라잡았다고 보고 있다. BOE는 최근 투자 설명회에서 “지난해 자사 폴더블(접히는)폰용 OLED 디스플레이 출하량이 100만 대에 육박했다”고 발표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로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하던 폴더블 디스플레이까지 완성했다는 것이다. BOE는 화면이 한쪽으로만 접히는 삼성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달리 안쪽과 바깥쪽으로 모두 펼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시제품도 최근 공개했다.

◇대형 OLED도 중국 그림자

중소형 OLED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이 한국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 업체 DSCC는 오는 2025년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중국 BOE(점유율 30%), CSOT(12%) 등 중국 업체 점유율이 삼성디스플레이(31%), LG디스플레이(8%)를 앞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TV용 대형 OLED 패널 시장도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2년 내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대형 OLED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을 독식해온 LG디스플레이에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술 인력 유출 문제도 심각하다. 중국 업계는 국내보다 2~3배 높은 억대 연봉을 제시하며 한국 기업 기술진을 빼가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LCD 시장에서 당했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투명 OLED나 휘어지는 OLED 같은 새로운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 중국과의 격차를 벌려야 한다”고 말했다.

☞LCD·OLED

LCD(액정표시장치)는 액정을 배열한 뒤 뒤에서 빛을 쏴주는 광원을 활용해 색상과 밝기를 표시한다. 반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은 화면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LCD에 비해 더 얇고 선명한 화질을 구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