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메디언 알렉시스 게이 트위터 캡처

세계 테크놀로지의 중심지인 미국 실리콘밸리 기술 인력들은 요즘 모이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최근 트위터에 올라온 한 영상이 이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주무대로 활동하는 코메디언 알렉시스 게이는 지난 10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샌프란스코의 모든 공원에서 벌어지는 일(every single park hang in San Francisco)’라는 제목의 1분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큰 화제를 모으며 24일(현지시각) 현재 195만8000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알렉시스 게이 트위터 영상]

알렉시스 게이는 이 영상에서 공원에서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이 친구나 가족과 나누는 주요 대화를 소개한다. 대화 내용은 광범위하다. 재택근무부터 실리콘밸리 유행, 최근 뜨는 기술과 앱 서비스 등이 언급된다. 게이의 영상을 기반으로 최근 실리콘밸리의 모습을 정리해봤다.

◇“실리콘밸리는 죽지 않아”

알렉시스 게이가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실리콘밸리의 재택근무 지속 여부다. 게이는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이 “우리는 원격근무 중이야(We’re going remote)” “사무실과 원격근무 하이브리드 근무를 시작하지만 완전 원격근무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We’re starting with a hybrid mode but I think we’ll end up going fully remote)” 등의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현재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일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빠르게 줄고 있지만, 실리콘밸리 IT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아직 회사에 나갈 준비를 하지 않는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대부분의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 적어도 올해 가을까지는 원격 재택근무를 진행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일주일에 2일은 집에서, 3일은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코로나 사태로 실리콘밸리를 떠나 집값과 생활비가 싼 지역으로 이사를 간 사람들에 대한 것도 실리콘밸리 직장인들의 주요 대화 주제다. 작년 12월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은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에서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본사를 옮겼고, IT 서비스 업체인 HPE도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텍사스 휴스턴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알렉시스 게이는 이러한 직장인들이 실리콘밸리의 흥망성쇠를 말하면서도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의 경쟁력을 믿는 것으로 봤다. 공원에서 “실리콘밸리는 어디 가지 않아(Silicon Valley’s not going anywhere) “샌프란시스코는 죽지 않아(I don’t think San Francisco is over)”라는 말이 들린다는 것이다.

올버즈

◇올버즈, 저알콜, 클럽하우스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의 삶을 볼 수 있는 단어들도 영상에 언급됐다. 바로 올버즈와 저알콜, 클럽하우스, 링크드인 등이다.

게이는 “오, 저건 새로운 올버즈야?(Oh, are those the new AllBirds?)”라는 말과 “난 저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있다(I’ve been getting really into low-alcohol apertifs)”는 말을 언급했다.

올버즈는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신발 브랜드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신발'이라는 모토를 갖고 있다. 평범한 단색 운동화다. 모든 제품을 지속 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만든다. 이 신발은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의 패션과 생각을 가장 잘 드러낸다.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올버즈의 팬으로 유명하다.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은 패션에 큰 관심이 없다.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에는 후드티나 반팔티를 입은 사람이 정장을 입은 사람보다 많다. 엔지니어들은 그만큼 편한 복장을 선호한다.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은 또 환경을 생각하는 것을 ‘쿨(Cool)’하다고 느낀다. 테슬라 등 전기차를 선호하고 친환경 소재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로 만든 제품을 더 좋아한다.

하드셀처. /white claw

저알콜도 실리콘밸리의 주요 트렌드다. 술을 줄이고, 저알콜 음료를 마시며 운동하는 것을 선호한다. 탄산수와 알코올을 섞어 향미를 첨가한 ‘하드셀처(Hard Seltzer)’의 성장이 그 방증이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아진 음성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 이직이 잦은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에게 꼭 필요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소셜미디어 링크드인도 실밸 테크니션의 주요 구사 단어다.

◇NFTs와 쿠버네티스, 디스포와 서브스택

알렉시스 게이의 영상을 보면 실리콘밸리에서 뜨는 기술과 앱 서비스도 가늠할 수 있다. 쿠버네티스와 NFTs, 디스포와 서브스택 등이다.

NFTs는 대체불가토큰이라는 블록체인 기술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파일이나 그림 등을 추가 복제가 불가능하게 하고 유일성을 부여해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쉽게 말해 온라인 디지털 그림이나 음성, 파일 등에 꼬리표를 붙여서 누군가의 소유라고 증명하고, 유일한 물건처럼 여기게 하는 것이다. 최근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가 경매에 내놓은 사상 첫 트위터 게시글이 NFT가 붙어 28억원에 낙찰됐다. 쿠버네티스는 오픈 소스 기반으로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관리 시스템이다.

/디스포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이 최근 많이 언급하는 앱 서비스는 디스포와 서브스택이다. 디스포는 일회용 카메라 앱이다. 앱을 실행해 사진을 찍으면 필름카메라처럼 하루가 지나서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에서는 아직 불가능하고 또 초대장이 있어야 앱을 다운받을 수 있어 ‘사진계의 클럽하우스'로 불린다. 아직 베타 서비스 단계다.

사용자들은 찍은 사진을 일종의 게시판인 ‘커뮤니티 롤(rolls)’에 올릴 수 있다. 각자 찍은 사진을 게시판에 올려 댓글을 달고 소통하는 방식이다. 디스포는 2020년 400만달러 투자를 받고, 이후 시리즈A 투자에서 2000만달러를 유치하는 등 잘나가는 신흥 SNS다. 기업가치는 2억달러다.

서브스택은 맞춤형, 개인형 뉴스레터 툴이다. 개개인이 뉴스레터를 만들어 유료 구독자를 유치하고 이메일 발송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서비스다. 현재 서브스택 툴로 발행된 뉴스레터의 유료 구독자는 10만여명이다. 실리콘밸리 연쇄 창업가이자 포브스 기고자였던 아짐 아자르의 뉴스레터 구독자는 5만3000여명이다. 서브스택을 통하면 기업이나 언론사가 아닌 개인이 정보나 생각을 나누는 사람에게 돈을 받고 뉴스레터를 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