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식 배달 앱 3위 업체 쿠팡이츠(사진 위)가 ‘한 번에 한 집 배달 서비스’로 시장점유율을 무서운 속도로 높여가자, 1위 업체 배달의민족(아래)도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업체가 막대한 글로벌 자금력을 바탕으로 경쟁자가 쓰러질 때까지 출혈 경쟁을 감수하는 ‘전(錢)의 전쟁’을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쿠팡이츠·배달의민족

국내 음식 배달 앱 3위 쿠팡이츠가 한 번 배달 때 주문 한 건만 소화하는 이른바 ‘단건(單件) 배달’을 앞세워 국내 음식 배달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특히 배달 수요가 많은 강남 3구와 용산 지역에서는 쿠팡이츠가 시장 1위 배달의민족을 앞섰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배달의민족도 쿠팡이츠의 무서운 성장세를 저지하기 위해 단건 배달로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건 배달’ 성공을 위해서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불가피한데, 쿠팡 상장으로 5조원을 거머쥔 쿠팡이츠와 딜리버리히어로라는 강력한 글로벌 전주(錢主)에 인수·합병된 배달의민족 사이에 ‘전(錢)의 전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쟁자가 쓰러질 때까지 출혈 경쟁을 감수해 시장 1위가 되는 쿠팡식 모델이 음식 배달 시장에서도 재현될지 주목하고 있다.

◇2%에서 20%… 3위의 빠른 추격 비결은 單件 배달

국내 음식 배달 시장 업계에서 쿠팡이츠는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닐슨코리아가 서울·경기권의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3대 배달앱 순방문자 비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만 해도 쿠팡이츠는 2%에 불과했지만, 올 2월에는 20%까지 올라섰다. 같은 기간 1위 배달의민족 점유율은 59%에서 53%로, 2위 요기요 점유율은 39%에서 27%로 떨어졌다. 쿠팡이츠의 무서운 기세는 가입 업소 수에서도 드러난다. 배달의민족은 약 10년 만에 전국 25만 업주를 확보했는데, 쿠팡이츠는 서비스 개시 2년도 안 된 현재 12만 업주가 가입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쿠팡이츠가 배달의민족을 앞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 서초동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강남 식당들은 대부분 배달 서비스를 쓰고 있기 때문에 주문 수가 쉽게 비교된다”며 “최근 강남 지역에서 쿠팡이츠가 배달의민족을 넘어섰다는 것은 업주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각변동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단건 배달’이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후발 주자인 쿠팡이츠가 한 번에 한 건씩 배달하는 자체 배달 시스템으로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배달 시장은 배달의민족처럼 1명의 배달원이 비슷한 위치로 가는 3~5건의 주문을 묶어 배달하는 ‘묶음 배달’ 모델이 대세였다.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은 묶음 배달에 비해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를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음식 맛을 더 잘 유지하고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는 단건 배달을 더 선호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재주문율도 높다.

◇쿠팡식 출혈 경쟁, 이번에도 효과 낼까

문제는 단건 배달 비용이다. 쿠팡이츠는 입점 식당과 계약할 때 수수료를 ‘음식 값의 15%(주문 중개 수수료)+3%(결제 수수료)+6000원(배달비)’으로 정하고 있으나 이 돈을 제대로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렇게 받는다면 2만원짜리 치킨 주문 시 식당이 9600원을 수수료로 쿠팡에 내야 하지만, 쿠팡이츠는 ‘주문 건당 1000원’이라는 파격적 프로모션을 적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달비 6000원에 대해서도 자체 지원금을 쓰면서 출혈을 감수하고 식당을 끌어들여 시장점유율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배달의민족도 비슷한 개념의 ‘번쩍 배달’을 올해 초부터 서울 강남 지역에 우선 도입했다. 번쩍 배달의 경우 배달원에게 지급하는 건당 수수료를 최대 1만5000원까지 올리며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IT 업계 관계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배달의민족 경영진은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내세운 단건 배달로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계획 중”이라며 “조만간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들이 출혈 경쟁을 감수하는 이유는 음식 배달 시장에서 한번 흐름에 밀리면 한순간에 추락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 10년 동안 1위를 지켰던 그럽허브는 묶음 배달 모델을 고수하다 빠른 배달을 앞세운 도어대시에 한순간에 역전됐다. 여기에 요기요를 운영하고 있는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에 대한 공정위 합병 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요기요를 연말까지 매각하는 변수까지 겹치면서, 두 업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