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분당선 판교역 스크린도어에 걸린 직방 개발자 채용 광고 /직방

IT·게임업계를 중심으로 개발자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스타트업들이 개발자 채용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수천만원 연봉 인상 조건은 기본에 최고경영자(CEO)까지 채용 설명회에 직접 나서고 있다. 여기에 강남·판교를 중심으로 지하철 광고판 확보 전쟁까지 벌이고 있다. 한 스타트업 채용 담당자는 “연봉 협상이 끝나고 개발자 연쇄 이동이 시작되는 3~4월이 진짜 인재 확보 시즌”이라며 “업계 최상위 ‘포식자’인 네이버가 역대 최대 규모 공채를 시작하면서 다른 기업들이 더 절박해졌다”고 말했다.

◇잘나가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직접 개발자 설득

최근 업계를 이끌어나가는 스타트업들은 대표가 직접 개발 인력 확보에 뛰어들었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박재욱 쏘카 대표 등 ‘스타트업계 스타'들이 나서 개발자 설득에 나서는 것이다. 왓챠(미디어)·마켓컬리(신선식품)·쏘카(차량공유)·오늘의집(인테리어)·브랜디(패션)·번개장터(중고거래) 등 스타트업 6곳은 오는 4일부터 9일까지 ‘스타트업 코딩 페스티벌 잡페어 라이브’를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이번 채용설명회에는 스타트업 6곳의 대표와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직접 나서 회사를 소개하고 질문 답변도 받을 예정이다. 채용설명회 사전신청을 한 IT 기업 개발자 최모(31)씨는 “나 같은 경력 개발자들은 연봉뿐 아니라 커리어 성장도 중요하다”며 “나중에 창업도 생각하고 있어 대표들에게 질문할 게 많다”고 말했다. 서정민 브랜디 대표는 “스타트업과 함께 고속 성장을 원하는 개발자들을 새롭게 발굴하고 그들의 성장을 지원할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최근 강남역 계단에 게시한 개발자 경력 공채 광고 /네이버

◇강남·판교역은 채용 광고로 도배

출퇴근 길 개발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지하철 광고판 확보 전쟁도 한창이다. IT 기업과 스타트업이 밀집한 테헤란벨리, 판교를 지나는 2호선~신분당선 지하철 노선을 중심으로 개발자 채용 광고를 경쟁적으로 내걸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스타트업 직방은 최근 신분당선 판교역에 ‘업계 최고 대우&최대 1억 사이닝(계약금)’ 문구가 적힌 광고를 걸었다. 직방 관계자는 “지하철로 통근하는 개발자들의 눈길을 확 끌기 위해 IT 기업이 밀집한 판교역을 선택했다”고 했다. 직방 외에도 최근 데브시스터즈·게임빌컴투스(게임), 화해(뷰티) 등이 판교역 곳곳에 개발자 광고를 걸었다.

IT 업계에서 개발자 확보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스타트업들이 지하철 역사에 채용 광고를 경쟁적으로 게시하고 있다. 화장품 리뷰앱을 서비스하는 버드뷰가 2호선 강남역에 내건 채용 광고. /버드뷰

화장품 리뷰앱 ‘화해’를 서비스하는 스타트업 버드뷰도 지하철 광고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버드뷰는 지난 2월 2호선 강남·역삼·양재·잠실역과 신분당선 판교역 스크린도어에 대형 채용 광고를 게시했다. 버드뷰 관계자는 “올해 개발 인력 두 배 확충이 목표인데 화장품 리뷰 서비스이다 보니 남성 개발자 인지도가 낮아 지하철 광고를 했다”고 했다. 광고 이후 헤드헌터에게 “화해를 알고 있다”고 말한 비율이 기존보다 30%가량 늘었다고 한다.

네이버도 이달 상반기 개발자 공채를 시작하며 대대적인 지하철 광고를 시작한다. 지난 29일 네이버는 “올해 신입과 경력 개발자 900명을 뽑겠다”고 했다. 신입 채용 광고는 대학이 밀집한 신촌·홍대입구·건대입구역에, 경력 광고는 강남·삼성·잠실·사당역 등 2호선 라인에 게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