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배달의민족·무신사·쏘카에 이어 국내 12번째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나왔다. 기업용 채팅 메신저 스타트업 센드버드가 그 주인공이다. 센드버드는 최근 1억달러(약 1116억원)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10억5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로 평가받아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센드버드는 6일 미국 스페드패스트 캐피털벤처스와 이머전스 캐피털,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등 해외투자자들로부터 1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손정의 회장이 주도하는 글로벌 벤처업계의 ‘큰손’이다. 센드버드는 쿠팡에 이어 두 번째로 비전펀드 투자를 유치한 한국 스타트업이 됐다. 이 회사 김동신 대표는 “이번에 수혈한 자금으로 본격적인 제품 개발과 인재 채용에 나서겠다”고 했다.
B2B(기업 간 거래) 분야 국내 스타트업 가운데 유니콘 자리에 오른 것은 센드버드가 처음이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미국 유니콘 10곳 중 8곳은 B2B 기업인데 한국 유니콘들은 전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분야에만 편중돼 있었다”며 “센드버드의 유니콘 등극이 벤처 업계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센드버드는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글로벌 기업용 채팅 메신저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다. 딜리버리히어로(독일), 레딧(미국), 넥슨·엔씨소프트·배달의민족·국민은행(한국)이 주요 고객사다. 국내 고객사만 120곳에 달한다. 센드버드는 이 고객사들에 게임과 앱 내 채팅, 영상통화 기능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게임·배달·금융을 포함한 다양한 기업들의 고객용 앱에 채팅·음성·영상 대화 기능을 삽입해주는 것이다. 월 이용자는 1억5000만명이 넘는다. 센드버드는 “2019년 이후 월 이용자가 3배 증가했다”고 했다.
창업자인 김동신 대표는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에서 개발자로 일하다 2007년 소셜 게임업체 파프리카랩을 창업했다. 2012년 회사를 매각하고 이듬해 워킹맘 육아 커뮤니티 스마일패밀리를 다시 창업하며 미국에 진출했다. 스마일패밀리의 메시지 기능에서 성공 가능성을 보고 2015년 기업용 메시지로 방향을 틀었다. 사명도 센드버드로 바꿨다.
센드버드가 본격적으로 날개를 단 것은 2016년. 세계 최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육성기관)인 와이콤비네이터의 육성 대상에 선정되면서부터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에어비엔비·슬랙·드롭박스 같은 미국 IT 대기업들을 길러낸 창업사관학교로 유명하다. 센드버드는 2017년 1600만달러, 2019년 5000만달러 투자를 유치했고 현재 실리콘밸리 본사 외에도 서울, 뉴욕, 런던, 뮌헨, 싱가포르, 벵갈루루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김동신 대표는 유튜브 채널을 직접 운영하며 스타트업 성장기, 투자 유치하는 법 같은 경험을 공유한다. 이번 투자 유치 때도 유튜브에 직접 영상을 올려 “우리가 유니콘이 됐다”고 알렸다. 센드버드는 이번에 유치한 투자금으로 신규 서비스를 비롯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대규모 인력 확보에도 나선다.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는 이날 함께 올린 유튜브 영상에서 “센드버드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많이 지원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