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 내 공장 규모를 당초 계획한 1곳에서 6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로이터가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려달라는 미국 정부의 요구에 TSMC가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있는 모양새다.
로이터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TSMC는 작년 5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120억달러(약 13조5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는데 최대 5개 공장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번 공장 증설이 미국 요청에 따른 것이며, 구체적인 일정이나 생산 규모·투자액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TSMC 측은 “처음부터 애리조나에 넓은 땅을 취득했다”면서 “일단 첫 공장을 건설한 뒤 운영 효율성이나 비용 절감 효과, 고객 요구 등을 감안해 추가 확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TSMC가 지난해 5월 피닉스 반도체 공장 건설을 발표한 것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투자 압박에 따른 결정이었다. 뒤이어 등장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더 많은 반도체 투자를 요구하자 ‘최대 5개 반도체 공장 증설’ 카드까지 꺼낸 것이다. TSMC는 지난달 실적 발표를 하면서 “앞으로 3년간 설비투자에 1000억달러는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 중 상당수가 미국 설비 증설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미 정부로부터 같은 요구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구체적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는 21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170억달러(약 19조원)의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만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 압박은 다양한 측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나 러만도 미 상무부 장관은 4일 미국 경제단체 화상 간담회에서 “TSMC를 비롯한 대만의 반도체 기업이 미국 자동차 업체에 우선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지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단 하루도 압박을 멈춘 날이 없다”고 말했다. 러만도 장관은 또 “현재 미국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율은 0%인데, 수요에 맞추기 위해선 이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며 “공급망 회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