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중국 상하이 국가전시컨벤션센터(NECC). 중국 고급 전기차 제조업체인 아크폭스의 자율주행 전기차 ‘알파S’가 모습을 드러내자, 현장에 있는 800여명의 관객들 사이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크폭스는 “알파S는 세계 최초로 라이다(Lidar) 센서를 3개 탑재한 양산차”라며 “거의 모든 상황에서 운전자가 필요 없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통신기업 화웨이도 주목받았다. 자동차 산업과 큰 인연이 없었던 화웨이가 알파S의 라이다 제작을 맡았기 때문이다. 중국 IT 전문 매체 36커는 “화웨이의 참전으로 중국 라이다 센서 산업의 백가쟁명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그래픽=양진경

◇'2021년은 중국산 라이다 원년'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인 라이다 센서 산업에서 중국 기업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라이다는 사물에 빛을 발사해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강도를 측정해 주변 환경을 3D(3차원)로 그려내는 부품으로, 자율주행의 필수 기술로 꼽힌다. 이 분야를 이끌고 있는 건 루미나·벨로다인·웨이모 같은 미국 기업들이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화웨이·DJI·바이두 등 중국 테크 기업들이 라이다 제품을 양산하면서 시장에 균열을 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 치엔잔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라이다 시장 규모는 올해 2억3000만위안(약 405억원)에서 2026년 431억8000만위안(약 7조6000억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지난 13일 중국 공신부는 총 276종의 신규 차량 생산 신청 목록을 공개했는데, 그중 화웨이의 라이다가 탑재된 ‘알파S’도 이름을 올렸다. 중국 봉황망은 “올 연말쯤엔 국산 라이다를 탑재한 자율주행차가 시내 도로를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10~11월 출시 예정인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모터스’의 신차 ‘P5’에는 중국 라이다 스타트업 리복스(Livox)가 개발한 라이다가 탑재된다. 리복스는 세계 1위 소비자용 드론 업체인 중국 DJI의 사내벤처다. 샤오펑모터스는 이 차량에 리복스가 개발한 라이다 센서가 2개 탑재돼 있으며, 각 라이다는 1밀리초(1000분의 1초)마다 주변 환경을 새롭게 인식해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을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왕이닷컴은 “라이다 스타트업 로보센스가 최근 미국 전기차 회사 루시드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중국산 라이다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산 라이다, 가격이 경쟁력

후발 주자인 중국 라이다 기업들은 가격을 가장 큰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원래 라이다는 자율주행차 부품 중에서도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부품이다. 하지만 중국 라이다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의 라이다는 현재 개당 200달러(약 22만원) 수준이며, 앞으로는 양산을 통해 가격을 100달러 안팎으로 더 내릴 계획이다. 현재 출시된 라이다 가격의 5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중국 왕이닷컴은 “해외에서 수급해야 했던 라이다 센서용 부품 상당수를 중국에서 구할 수 있게 됐고, 중국 정부 주도의 스마트카 지원책으로 대규모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라이다(LiDAR)

라이다(LiDAR) 센서는 레이저를 쏴서 물체를 감지하고, 반사된 빛을 분석해 3D 지도로 구현하는 부품이다. 사진을 찍는 것처럼 정밀할 뿐 아니라 물체의 형태도 인식할 수 있어 자율주행 차량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그동안 가격이 비싸 테슬라 같은 완성차 업체들이 탑재하지 않았는데, 기술 발달로 저가 라이다 센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