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앱 캐시워크를 서비스하는 넛지헬스케어의 나승균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앱 화면을 들어보이고 있다. 의사 출신인 나 대표는 “만성질환자의 동기부여를 위해 걷기 앱을 만들었다”고 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진료실에서 아무리 만성질환 환자에게 건강관리 하라고 얘기해도 안 먹히니까, 적절한 보상을 줘야겠다고 생각했죠.”

100보를 걸으면 1원을 적립해주는 앱, 매일 300만명이 이용하는 ‘캐시워크’의 아이디어는 진료실에서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예방의학과 의사 출신 나승균(44) 넛지헬스케어 대표가 주인공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나 대표는 “답답해서 앱을 만들었다”며 웃었다.

2017년 출시된 캐시워크는 만보기를 휴대폰 잠금 화면에 최초로 도입한 앱 서비스다. 걸음 수를 적립해 돈으로 바꿔주는 식이다. 만보기 기능 외에도 적립금을 쌓아주는 퀴즈, 룰렛 같은 게임 요소도 탑재됐다. 적립한 캐시를 갖고 앱 내에서 커피·치킨 같은 간식부터 여행 상품까지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나 대표는 “휴대폰을 갖고 산책을 하고, 앱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보상과 재미를 주니 이용자를 계속 붙잡아 둘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이용자가 전년 대비 34% 늘었다. 2017년 출시 후 누적다운로드 1500만건에 누적 걸음수는 8조8000억보를 기록했다. 지구와 달을 7000번 왕복할 수 있는 수치다.

울산대 의대 97학번인 나 대표는 예방의학과 의료관리학을 전공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주로 만성질환 환자들을 진료했다. 그는 “아무리 건강의 중요성을 환자들에게 강조해도 먹히지 않았다”며 “중병에 걸리지도 않은 환자에게 ‘술 줄이세요’ ‘운동하세요’ 라고 하면 대부분 한귀로 흘린다”고 했다. 나 대표는 의사답게 만성질환 관련 해외 논문을 탐독했다. 결국 얻은 답은 금전적 보상을 줘야한다는 것. 그는 “우리나라 병원체계에서는 만성질환 해결이 어렵다”며 “2011년 결국 진료실 밖으로 나가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첫 사업은 헬스케어가 아닌 대기업과 공기업 취업준비생 정보공유 커뮤니티 ‘스펙업’이었다. 회원만 200만명이 넘는다. 첫 사업으로 자금을 모았고, 2016년 본격 창업 멤버를 꾸려 이듬해 본인의 건강관리 동기부여 아이디어를 앱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나 대표는 캐시워크로 시작해 건강관리 관련 서비스를 하나하나 더해나갔다. 지출·수입 내역을 확인할 때마다 돈을 적립해주는 ‘캐시닥’, 캐시워크 앱과 연동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 브랜드 ‘캐시웨어’, 시술정보 플랫폼 ‘어디서했니’, 건강식 브랜드 ‘키토선생’ 등 총 10개 서비스가 넛지헬스케어 산하에 있다. 이중 지난해 상반기에 선보인 건강식 브랜드 키토선생도 나 대표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사업 초기 그는 잦은 저녁자리와 밤샘근무 스트레스로 몸무게가 90kg까지 늘었다(그의 키는 170cm 초반이다). 당뇨 전 단계 진단을 받고 충격을 받은 나 대표는 하루 30분 걷기와 식단 조절로 1년간 13kg를 감량했다. 나 대표는 “운동으로 살을 빼려면 하루 4~5시간을 꼬박 해야한다. 바쁜 현대인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한 소리”라며 “식단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걸 내 몸으로 깨달았다”고 했다.

나 대표는 “헬시테크 플랫폼이 돼 촉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가 말한 촉진 네트워크는 비슷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끼리 모여 자신의 건강관리 경험과 팁을 공유하면서, 서로 동기부여를 해준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최근 사명도 캐시워크에서 슬쩍 쿡 찔러 유도한다는 뜻의 영단어 넛지(Nudge)를 붙인 넛지헬스케어로 바꿨다.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 328억원의 두배 가량인 600억원을 넘기는 것. 여기에 지난해 12월 진출한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이 목표라고 나 대표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