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이달 들어 스타트업 4곳에 연달아 백억원대 투자를 단행했다. 육류 신선 배송, 소상공인 세무 관리, 동대문 패션 물류, 블록체인 결제 등 전혀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쇼핑 사업 강화라는 공통의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 1일 축산물 전문 스타트업 정육각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정육각은 신선한 고기를 당일 배송해 젊은 층에 게 인기가 높다. IT 업계 관계자는 “이번 투자로 네이버는 약점으로 꼽히던 신선 식품 배송 분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3일에는 동대문 패션 물류 스타트업 브랜디에 200억원을 투자했다. 브랜디의 동대문 물류 시스템을 활용해 국내는 물론 일본 이커머스 시장까지 K패션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같은 날 네이버가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함께 60억원을 투자한 스타트업 에멘탈은 실시간으로 매출과 세금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또 네이버파이낸셜은 4일 일본 소프트뱅크와 함께 미국 블록체인 결제 스타트업인 TBCA소프트에 2000만달러(약 229억원)을 투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페이의 해외 확장을 염두에 둔 투자”라고 했다.

네이버의 공격적인 투자에는 쇼핑 사업에 대한 한성숙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2012년 쇼핑몰 ‘샵N’을 출시했다가 “검색 지배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쇼핑까지 먹는다”는 중소상공인 반발로 2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2017년 취임한 한 대표는 소상공인과 상생을 선언하고 ‘수수료 0원’을 앞세워 쇼핑몰 스마트스토어를 집중 육성해왔다. 이후 네이버의 쇼핑 분야는 매 분기 20~40% 성장하며 지난해 거래액 28조원의 국내 1위 이커머스 사업자가 됐다.

하지만 경쟁사 쿠팡이 지난해 거래액 21조원을 기록하며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네이버가 갖추지 못한 당일 배송 물류망, 초대형 물류창고 등을 앞세운 결과이다. 네이버는 이런 약점을 메꾸기 위해 동맹군을 끌어모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먼저 신세계(지난 3월)·CJ대한통운(지난해 10월) 같은 기존 유통·물류 대기업과 지분을 교환해 혈맹을 맺었다. 연내 CJ대한통운과 함께 66만1157㎡ 규모의 종합 물류센터를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또한 올해 4분기 내 이마트와 손잡고 신선식품 장보기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물류·결제·신선식품 같은 분야를 혁신하는 스타트업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