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웩, 녹색 말풍선이잖아(Ugh green bubble conversations)” “녹색 말풍선을 쓰는 남자와는 데이트하지 마(Never date a green texter)”
미국 십대들 사이에서 몇 년 전부터 유행하는 이 말들은 애플 아이폰 사용자들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를 비하하는 말이다. 애플 아이폰의 문자메시지 서비스 ‘아이메시지’를 사용하면 아이폰 사용자끼리는 파란색 말풍선이 뜨지만, 아이폰이 아닌 기종에서 보낸 메시지는 녹색으로 구분된다. 아이폰을 선호하는 미국의 십대들은 아이메시지에서 녹색 말풍선이 뜨는 상대를 배척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십대들은 녹색 말풍선을 두려워한다”면서 “애플이 아이메시지로 어린 소비자를 애플 기기에 묶어두는 록인(lock-in) 전략을 쓰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미국 십대들 사이에서 녹색 말풍선이 뜨는 상대에 대한 차별은 문화처럼 굳어지고 있다. 그레이스 팡(20)은 WSJ에 미국 웰즐리대학 재학 당시 아이메시지 단체 채팅방에서 초록색 말풍선이 뜬 학생이 공개적으로 사과한 적이 있다고 했다.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아이메시지에서 제공하는 각종 이모티콘을 쓸 수 없다. IT 매체 더버지는 “아이메시지가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를 차별하는 정책은 미국 십대에게 아이폰을 사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면서 “그룹 채팅에서 녹색 말풍선이 뜨는 것을 결례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비판했다.
아이메시지로 상대의 휴대폰 기종을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십대들은 기를 쓰고 아이폰을 구매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IRP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40%가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18~24세 연령대에서는 그 비율이 70%가 넘는다. 아이폰에 익숙해진 십대들은 앞으로도 계속 아이폰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이 아이메시지에서 자사 폰 사용자와 다른 기종 사용자의 말풍선 색깔을 구분한 것은 원래 기술적 필요성 때문이었다. 아이폰 사용자끼리는 인터넷을 통해 메시지·사진을 주고받는 반면, 기종이 다른 사용자끼리는 통신망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애플은 이러한 말풍선 색상 구분이 십대들이 아이폰을 선택하는 이유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의도적으로 이 전략을 고수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애플이 에픽게임스와 법정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공개된 내부 문건을 통해 알려졌다. 문건에 따르면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2016년 “안드로이드폰에서 아이메시지를 쓸 수 있게 하는 것은 아이들이 안드로이드폰을 맘편히 고를 수 있도록 장벽을 허무는 셈”이라고 했다.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 부사장은 지난 9일 트위터에서 “애플은 동질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또래 문화와 학교 폭력을 악용해 아이폰을 판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에서도 십대들 사이에서 아이폰 선호도가 높다. 지난달 27일 온라인 설문조사기관 오픈서베이의 ‘Z세대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삼성전자 갤럭시는 밀레니얼(M) 세대에게, 애플 아이폰은 Z세대서 선호도가 높았다. M세대가 쓰고 있는 휴대폰은 갤럭시가 53.3%, 아이폰이 43.3%로 집계됐다. 반면 Z세대는 아이폰 사용 비율이 52.2%, 갤럭시가 42.7%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