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출시되는 갤럭시S22엔 (퀄컴의) ‘스냅드래곤8 1세대’가 탑재됩니다.”

지난 10일 삼성전자 인도법인 홈페이지에 이례적인 공고가 올라왔다. 갤럭시S22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삼성의 ‘엑시노스’ 대신 미국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탑재된다고 삼성 스스로 알린 것이다. AP 후발 주자인 삼성은 자체 반도체인 엑시노스 확산을 위해 매년 갤럭시S 출시 때마다 엑시노스 탑재를 확대해왔다. 특히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인 인도는 한국과 함께 대표적인 엑시노스 탑재국이었다. 현지 매체들은 “지난 7년간 엑시노스를 고집해온 삼성의 이례적인 행보”라고 보도했다.

국내에 출시되는 제품에도 스냅드래곤이 탑재된다. 삼성은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퀄컴코리아가 지난 10일 보도자료에 “갤럭시S22 시리즈의 한국 및 여러 지역 모델에 스냅드래곤이 탑재된다”고 ‘한국’을 콕 집어 언급하면서 확인됐다.

/그래픽=박상훈

◇‘엑시노스’ 탑재 실패한 갤럭시S22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최신 AP인 ‘엑시노스2200′을 유럽용 갤럭시S22 제품에만 제한적으로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엑시노스를 대다수 지역 제품에 출시하지 못한 것은 수율(收率·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 문제 때문이다. 엑시노스 생산을 맡고 있는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가 낮은 수율 문제로 납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자, ‘고객사’인 삼성 모바일 사업부가 스냅드래곤을 대안으로 택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22용으로 개발한 ‘엑시노스2200′은 AP 선도 기업인 퀄컴, 애플을 따라잡기 위해 칼을 갈고 만든 제품이다. ‘그래픽 명가(名家)’로 불리는 미 반도체 기업 AMD와 2년 6개월간 합작 개발한 첫 결과물로, 그래픽과 인공지능(AI) 성능을 대폭 높였다고 지난달 대대적인 홍보까지 했다. 하지만 불량률이 높아 ‘안방 시장’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에 출시하는 스마트폰에는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삼성 안팎에선 “삼성의 자존심을 구긴 사건”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2의 엑시노스2200 탑재 문제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다만 테크 매체 GSM아레나는 삼성전자 남아프리카 모바일사업 총괄인 저스틴 흄을 인용해 “생산(production)과 조달 기간(lead time)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엑시노스 생산에 적용된 ‘4나노 공정’ 수율 관련 질문에 “공정 미세화, 복잡도 증가로 초기 안정적 수율 확보 난도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선단(최신) 공정 안정화가 계획 대비 지연된 점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 파운드리 경영진단 착수

IT 업계에선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내건 삼성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1위인 대만 TSMC(점유율 53.1%)와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17.1%)의 ‘1강 1중’ 체제다. 삼성은 ‘품질의 삼성’을 내걸고, 퀄컴·IBM·엔비디아 등 굵직한 기업을 고객사로 유치했지만 최첨단 4나노 공정에서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엑시노스2200 사태로 드러난 셈이다. 특히 갤럭시S22에 병행 탑재한 ‘스냅드래곤8 1세대’도 삼성이 4나노 공정으로 생산했지만 수율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이 다음 버전인 ‘1세대 플러스’ 생산은 경쟁사인 TSMC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올 상반기 업계 최초로 3나노 공정을 도입해 시장 반전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 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에 착수했다. 최근 불거진 수율 문제 등 전반적인 사업 경쟁력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영진단은 사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활동”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plication Processor) 약자다.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5G 통신칩 등 제품 동작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모아놓은 통합 반도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