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 연수 때는 별명이 부장님일 정도로 나이 들어 보였는데, 이제는 오히려 (탈모가) 젊어 보이고 씻는 것도 편하다.” (카카오 남궁훈 대표 내정자, 지난달 사내 게시판에 탈모 일화를 털어놓으며)

“저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첫발을 내딛는 만큼, 우리 모두 동기라고 생각해요.”(네이버 최수연 대표 내정자, 지난달 신입과의 대화)

오는 3월 취임을 앞둔 네이버와 카카오의 새 수장들이 적극적인 소통 행보에 나서고 있다. 스타일은 판이하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PC방 창업 동기인 ‘돌아온 복심’ 남궁훈 대표 내정자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주가 회복 시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 같은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우며 거침없는 소통을 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 공채 출신으로 변호사로 일하다 재입사한 ‘돌아온 신입’ 최수연 네이버 대표 내정자는 임직원을 소규모로 직접 만나며 물밑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두 회사의 MZ세대 직원들은 “새 대표가 회사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돌아온 복심’ 남궁훈, 거침없는 행보

카카오 남궁훈 내정자는 지난달 20일 대표 내정 직후부터 신사업 계획, 임직원 연봉 인상 방안 등 굵직한 사안들을 사내 게시판과 소셜미디어에 공개하고 있다. 그는 대표 내정 직후 사내 게시판에 채널을 열어 자신의 각종 경험담을 털어놓고, 직원들과 댓글로 소통하며 거리감을 좁히고 있다. ‘일할 맛 나는 회사를 만들어달라’는 직원 글에는 ‘인생 마지막 퀘스트(미션을 말하는 게임 용어)라고 생각하고 마무리할 것’이라고 했다.

남궁 내정자는 김범수 의장의 창업 동기이자,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는 사이로 알려졌다. 김 의장이 위기에 빠졌던 카카오의 게임 사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남궁 내정자에게 카카오게임즈를 맡겼던 것처럼, 이번에도 카카오 신뢰 회복을 위해 남궁훈 카드를 다시 꺼낸 것이다.

남궁 내정자는 지난 10일 “주가 15만원 회복을 위해 최저임금만 받겠다. 이는 스스로 친 배수진”이라고 했다. 이어 13일에는 사내 게시판에 “(연봉 협상 재원으로) 올해 전년 예산 대비 15%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성장세에 비해 박한 연봉과 경영진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사기가 떨어진 임직원을 다독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돌아온 신입’ 최수연은 경청 행보

최수연 내정자는 지난해 11월 내정 발표 이후 외부 활동은 자제하고 직원 면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함께 선임된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100일간 직원 400여 명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며 “최 내정자 성격상 자신이 말하기보다는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편”이라고 말했다. 회사를 떠났다가 2년 전 복귀한 최 내정자가 소규모 미팅을 하며 회사 구석구석을 파악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젊은 임직원들은 최 내정자를 만나 “글로벌 사업 진행 상황을 자주 공유해달라” “글로벌에서 경쟁하려면 채용과 의사 결정 구조에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최고경영진들도 최 내정자가 2019년 네이버로 복귀해 이해진 창업자의 해외 투자를 보좌한 만큼, 최 내정자가 ‘글로벌 네이버’를 위해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최 내정자와 김남선 CFO(최고재무책임자) 내정자는 직속 태스크포스를 통해 디지털 트윈(가상 공간에 실물과 똑같은 물체를 만들어 시험하는 것)과 핀테크 등 신사업 분야 인재를 파격적인 조건으로 대거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내정자는 최근 직원 면담 자리에서 “직원들이 회사 생활에서 느끼는 고충이나 어려움을 가까이서 듣는 것은 물론 전략을 논의하고 수립·실행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도록 노력하는 대표가 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 관계자는 “여론의 질타 속에 다급한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는 젊은 대표를 육성해 함께 키워가는 전략을 택했다”며 “서로 스타일은 다르지만 두 CEO 모두가 MZ세대 직원들을 다독이고 글로벌 사업 성공이라는 미션을 부여받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