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 재택근무에 들어갔던 직원과 그 재택근무를 마치고 2022년 사무실로 출근을 재개하는 직원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현상이다’.

2년 간의 코로나 시대를 거친 후 일과 직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를 짐작할 수 있는 조사가 16일(현지시각) 공개됐다.

/픽사베이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는 이날 올 1~2월 미국, 영국, 브라질, 중국, 한국, 호주 등 전 세계 31개국 3만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MS의 오피스 프로그램 365를 통한 데이터, 링크드인 트렌드 등을 종합 분석한 ‘2022 워크 트렌드 인덱스’를 발표했다. 워드, 엑셀 등 오피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MS는 정기적으로 직장과 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조사한다. MS는 작년 9월에 비슷한 조사를 통해,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선호하면서도 다른 사람과의 대면적 교류를 원한다. 이는 하이브리드의 역설”이라고 했었다.

올해는 크게 3가지 변화가 눈에 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고 다시 사무실로 나오는 직원들은 ▲돈이나 승진보다 건강과 웰빙을 중시하고, ▲하이브리드 근무 체계 속에서 언제, 왜 사무실로 나와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며, ▲크게 늘어난 온라인 회의에 고통받고 있다.

재라드 스퍼타로 MS 부사장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건강과 웰빙을 중시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MS

◇전체 중 과반이 “일보다 건강과 웰빙이 중요”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사람들은 일보다 건강과 웰빙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전체 조사 대상 중 53%가 일보다 건강과 웰빙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중 47%는 팬데믹 이전보다 가족과 개인적인 삶을 일보다 우선순위에 둔다고 답했다. 더는 일에만 매달려 살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MS는 “코로나 팬데믹 후 직장과 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며 “2년의 코로나 시간을 거쳐온 직원들은 근무 유연성을 원하고, 개인적 웰빙과 건강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응답자 중엔 “그동안 일이 나의 정체성을 대변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는 사람, “일은 중요하지만 난 언제든지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람,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까운 지인들이 황망하게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더는 아등바등 살지 않기로 했다”는 사람도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라틴아메리카(전체 중 70%), 아시아(57%), 북미(52%)에서 두드러졌다. 유럽(44%)과 호주·뉴질랜드(48%)에선 비율이 비교적 적었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퇴직과 이직 비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2020년 직장을 그만둔 비율은 전체 중 17%였는데, 2021년엔 18%로 1%포인트 상승했다. 응답자들은 직장을 그만둔 이유로, 웰빙과 정신건강 문제(24%), 일과 삶의 밸런스 문제(24%)를 가장 크게 꼽았다. 코로나 위험(21%), 승진에 대한 자신감 부족(21%), 유연성 부족한 근무환경(21%)를 이어 언급했다. 승진 누락과 임금 부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 뒀다는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MZ세대는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전체 응답자 중 43%가 올해 이직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는데, MZ 세대 응답자 중엔 52%가 이직을 생각 중이라고 했다. 작년 보다 3%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사무실에 대체 언제, 왜 나오라는지 잘 모르겠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근무 환경은 집과 사무실을 오가는 하이브리드 구조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직원과 경영진이 하이브리드 근무를 바라보는 관점은 차이가 났다.

직원들은 하이브리드 근무, 완전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1년 내 재택근무 또는 하이브리드 근무로 옮기는 걸 고려하겠다는 직장인은 전체의 52%에 달했다. 국가별로 보면 브라질(58%), 중국(59%), 인도(67%)에서 재택근무·하이브리드 근무 선호도가 높았고, 한국(43%)은 전 세계 평균보다 낮았다.

반면 경영진 중 절반은 여전히 사무실 근무를 선호했다. 전체 중 50%가 100% 사무실 근무를 올해 안에 시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MS는 “직원들의 80%는 하이브리드와 재택근무를 하며 생산성이 더 좋아졌거나 큰 차이없다고 답했지만, 경영진들의 54%는 여전히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뭘까. 바로 사무실 출근 빈도와 그 필요성이다. 하이브리드로 일하는 직장인의 38%는 “언제, 그리고 왜 사무실에 가야하는지 아는 것이 최대 난제”라고 답했다. 실제로 전체 회사 중 28%만 하이브리드로 일하는 직원들이 언제, 왜 사무실에 나와야 하는지에 대한 규범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회사가 직원들에게 명확하게 출근 날짜를 정해주지 않고, 출근 필요성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지 않는 것이다.

최근 하이브리드 근무 체계를 발표한 구글의 직원들은 합당한 설명없이 사무실 출근 빈도가 팀별로 달라 불공평하다는 불만을 쏟아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가 16일 보도하기도 했다. 재라드 스퍼타로 MS 부사장은 “재택근무자 중 43%가 원격으로 진행하는 온라인 회의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답했는데, 전체 회사 중 27%만이 하이브리드 미팅 방식에 대한 별도 지침이 있다”며 “하이브리드 시대에는 이에 맞는 새로운 회사 내규가 필요하다”고 했다.

◇팬데믹 이후 일하는 시간은 하루 46분 증가

하이브리드·재택근무를 하지만 팬데믹 이후 직원들은 일하는 시간이 더 늘었다. MS가 마이크로소프트365 이용 행태를 분석한 결과 지난 2년간 직장인의 하루 업무 시간은 평균 13%, 약 46분 증가했다. 온라인 회의도 크게 늘었다. 온라인 회의 건수는 2년 전보다 153% 늘었고, 그 시간은 252% 증가했다. 초과근무 시간도 28% 증가했다. 스퍼타로 부사장은 “직장인의 일하는 시간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이는 지속 가능성이 없는 만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를 활용한 근무 환경에 대해선 연령층마다 반응이 달랐다. Z세대는 전체 중 51%, 밀레니얼 세대는 전체 중 48%가 2년 내 메타버스를 근무 환경에 도입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X세대는 그 비율이 37%, 베이비부머 세대는 28%에 그쳤다. 전체 중 16%는 메타버스를 근무에 절대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전체 중 13%는 메타버스가 뭔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