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각)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자사의 신제품 칩을 소개하고 있다. /엔비디아 행사 캡처

“첫번째 AI는 이미지 인식, 음성 이해, 영상 또는 제품 추천과 같은 인식과 추론 학습을 했다. 그 다음 AI의 단계는 직접 행동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로보틱스다.”

22일(현지시각)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색 가죽 점퍼를 입고 자사가 주최한 개발자 포럼인 ‘GTC 2022′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엔비디아는 성능을 대폭 개선한 GPU(그래픽처리장치)와 데이터센터용 AI(인공지능) CPU(중앙처리장치)를 내놓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I 시장을 본격적으로 겨냥했다. 일각에선 “ARM 인수 실패에 대한 충격을 기술력으로 극복하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젠슨 황 CEO는 온라인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1시간 40분에 걸쳐 AI의 가능성과 폭발적 시장 성장 상황, 그에 맞춘 엔비디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신제품 소개에 집중했다. 그가 키노트 발표에서 가장 많이 내뱉은 말은 “엄청난 도약” “세계에서 가장 빠른”이란 말이다. 엔비디아가 내놓는 제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었다.

22일(현지시각) 엔비디아가 공개한 GPU(그래픽처리장치) 신제품 H100. /엔비디아 행사 캡처

◇세계에서 가장 빠른 GPU와 AI 데이터센터용 CPU 공개

이날 젠슨 황 CEO는 기존 엔비디아의 GPU 설계 구조를 업그레이드한 H100 GPU 칩을 공개했다. 대만 TSMC에서 4나노 공정으로 만든 이 칩은 초당 40테라비트를 처리할 수 있는 초고성능 GPU다. 젠슨 황은 “20개의 H100 칩은 전 세계 모든 인터넷 트래픽에 맞먹는 대역폭을 지탱할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컴퓨터로 몇 주 걸리던 작업을 며칠 내로 줄일 수 있는 속도다.

이날 엔비디아는 H100 GPU를 4608개 탑재한 수퍼컴퓨터인 EOS도 공개했다. 올해 안에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엔비디아는 “미국에서 가장 빠른 수퍼컴퓨터인 서밋보다 1.4배 빠르고, 세계에서 가장 큰 수퍼컴퓨터인 일본의 후가쿠보다 AI 처리능력이 4배 높다”고 했다.

22일(현지시각) 엔비디아가 공개한 데이터센터용 CPU 그레이스 호퍼. /엔비디아 행사 캡처

엔비디아는 자사가 출시한 H100 칩이 AI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AI와 머신러닝은 생명공학, 로보틱스,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는데, H100을 활용하면 AI가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젠슨 황은 “데이터센터는 AI 공장이 되고 있다”며 “H100 칩은 AI 인프라의 엔진”이라고 했다.

엔비디아는 또 AI 산업의 핵심인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용 CPU인 ‘그레이스 호퍼’도 공개했다. 현재 데이터센터용 CPU 시장은 인텔이 장악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본격적으로 데이터센터용 CPU를 출시하며 시장 쟁탈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이 칩을 최근 인수가 무산된 영국의 반도체 설계 회사 ARM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CPU와 GPU 등 2개 이상의 칩을 직접 연결해 만든 수퍼칩이다. 젠슨 황은 “그레이스를 내년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라며 “이 칩은 AI, 데이터분석, 과학 컴퓨팅, 하이퍼스케일 컴퓨팅 분야에서 놀라운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AI와 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 옴니버스를 활용해 만든 자신의 옴니버스 아바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엔비디아 행사 캡처

◇디지털 트윈 강화하고, 자율주행용 매핑 솔루션 개발

이날 젠슨 황은 하드웨어 신제품 소개와 함께 하이브리드 근무 체계를 위한 음성인식·번역 제공 회의 소프트웨어 도구인 ‘맥신(Maxine)’, 3차원 가상 공간에 현실 모습과 똑같은 공간을 만들어 각종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도록 하는 디지털 트윈인 ‘옴니버스’, 자율주행차용 매핑(Mapping) 솔루션인 ‘드라이브 맵’과 자율주행차 시스템인 ‘하이페리온’의 기능 개선을 선보였다. 젠슨 황은 “AI의 발전 속도는 놀랍다”며 “AI는 DNA 서열 분석, 기후변화 관측,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엔비디아가 강조한 것은 자율주행차 관련 매핑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이다. 엔비디아는 중국의 전기차 업체 BYD, 미국 전기차 업체 루시드에 자사 자율주행차 매핑 솔루션 ‘엔비디아 드라이브’가 탑재된다고 밝혔다. 2024년엔 벤츠, 2025년엔 재규어 랜드로버에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하드웨어인 하이페리온8이 탑재된다고도 했다. 향후 자동차 관련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엔비디아가 정교한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소프트웨어와 반도체에 점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향후 자율주행 관련 사업 매출이 자사 전체 매출의 3분의 1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