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각) 미 테크 업계와 정치권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공개한 문서에 충격을 받았다.
세계 최고 부자이자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SNS(소셜미디어) 트위터 주식 7348만6938주를 사들여 지분 9.2%로 최대 주주가 됐기 때문이다. 기존엔 지분 8.79%를 가진 세계적 투자회사 뱅가드가 최대 주주였다. 로이터는 “머스크의 트위터 지분은 작년 11월 CEO 자리에서 물러난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의 보유 지분(2.3%)의 4배를 넘는다”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의 열성적인 유저다. 각종 사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트위터에 줄기차게 올리고, 자신의 각종 일상 등을 공유한다. 지난 3일 하루에만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22개의 트윗과 답글을 올렸다. 그는 8030만8000명의 팔로워를 갖고 있다.
그가 자신의 트위터 지분으로 무엇을 할지는 아직 드러난 것이 없다. 머스크는 4일 그의 트위터 투자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의 트위터에 “오 하이 lol(웃는 표시)”라는 짧은 글을 올렸다. 그는 일단 미 SEC에 ‘회사를 통제할 의도가 없는 수동적 투자자(13G)’ 형식으로 지분 인수 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테크 업계와 미 증권가에서 머스크가 단순 투자 목적으로 트위터 지분을 사들였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능성1: 트위터에 다시 보수주의자들 메시지 넘치나
업계에선 머스크가 결국 트위터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재는 수동적 투자자 신분에 머물러있지만, 앞으로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산 2730억달러(331조9700억원)의 세계 최고 부자다. 마음만 먹으면 공격적으로 추가 매수에 나서 트위터를 인수할 수도 있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머스크는 트위터를 노려보고 있다”며 “결국 트위터 인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에릭 로스 캐선드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론 머스크에게 수동적 투자라는 말은 없다”며 “그는 분명히 그의 소매를 걷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머스크는 트위터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다양한 비판을 했다. 지난 25일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다. 당신은 트위터가 이 원칙을 준수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설문 결과는 중요하다. 신중하게 투표해달라”고 했다. 그가 트위터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설문을 진행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설문엔 203만6000명이 참여했고, 전체 중 70.4%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동안 트위터는 혐오 게시물과 가짜뉴스, 선동글 등을 선제적으로 삭제하고, 관련 계정을 차단하는 정책을 고수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도 차단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러시아 국영매체 계정을 페이스북보다 먼저 차단했다. 트위터는 이러한 게시물 관리 정책을 엄격하게 유지하며 반대파도 많이 만들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추종자 등은 “트위터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일론 머스크의 투자는 이러한 트위터 게시물 정책의 변화를 초래할 것이고, 그동안 트위터에 의해 삭제되고 차단됐던 극단주의 메시지나 가짜뉴스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머스크의 트위터에는 벌써부터 “차단됐던 계정을 다시 살려라” “트럼프의 계정을 복귀시켜라”는 글들이 달리고 있다.
◇가능성2: 기존 트위터 CEO와 충돌할수도
머스크의 트위터 투자와 경영 참여는 기존 트위터 임원진들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 트위터는 작년 11월 창업자인 잭 도시가 물러나고 파라그 아그라왈이 새 CEO가 됐다. 비트코인에만 집중했던 잭 도시와 달리 파라그 아그라왈 신임 CEO는 트위터에 대체불가능토크(NFT), 탈중앙화조직(DAO), 웹3 등의 블록체인 기반 최신 기술을 광범위하게 적용하려 한다. 작년 11월 블록체인, 가상자상, 웹3 등을 연구하는 신설부서 ‘트위터 크립토’를 만들었고, 지난 1월엔 관련 분야 책임자 채용 공고를 냈다.
머스크는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웹3나 NFT 등에는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 지난 1월 트위터가 사용자 프로필을 NFT로 설정이 가능하도록 하자, 머스크는 “이건 짜증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가상화폐 사기꾼들이 파티를 벌이는 동안 트위터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일에 엔지니어링 역량을 소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입장 차 때문에 테크 업계에선 머스크가 트위터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트위터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NFT 등 블록체인 기반 사업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기존 트위터에 없던 게시물 편집 기능, 머스크가 선호하는 가상화폐 도지코인의 결제 수단 허용 등도 머스크가 전면에 나서면 도입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가능성3: 미 정부와 갈등 깊어지며 테슬라와 스페이스X에도 악영향?
머스크가 트위터의 게시물 정책을 변경할 경우 미 정치권과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정부는 가짜뉴스, 혐오 게시물 등을 SNS가 제대로 통제하지 않고 있다며 기존보다 더 강한 게시물 관리 책임을 SNS 업체에 지우려고 한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트위터를 놓고 머스크와 미 정치권의 대결이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머스크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민간 우주여행 기업 스페이스X 등 기존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2013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제프 베이조스가 인수한 워싱턴포스트가 자신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자, 아마존 사업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트위터로 인해 머스크가 미 정부와 갈등을 빚으면 테슬라와 스페이스X 사업에도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특히 스페이스X는 나사의 달 유인 탐사선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가능성4: 투자 놓고 잡음 커질까
머스크의 트위터 투자는 투자 업계에도 다양한 잡음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일단 머스크는 이번 트위터 투자로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SEC에 따르면 머스크는 3월 14일 기준 트위터 주식 7348만6938주를 보유했다. 14일 트위터 주가가 33.03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24억2727만3562달러를 투자한 것이다. 트위터 주가는 머스크의 투자 소식이 전해지며 4월 4일 기준 49.97달러를 기록했다. 하루만에 27.13% 폭등했다. 이날 주가를 기준으로 머스크의 지분 가치를 계산하면 36억7214만2292달러에 달한다. 투자한지 한달도 안 돼 투자금의 절반 수준인 12억4486만8730달러를 번 셈이다.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트위터 주식 매입 후 SEC 신고를 늦게했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5% 이상 주식을 보유할 경우 10일 내 신고를 해야 하는데 머스크는 이 기한을 넘어 신고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머스크의 이익이 아니다. 로이터는 4일 “머스크의 트위터 투자 사실이 공개되기 전인 최근 수상한 콜옵션 거래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누군가 머스크가 트위터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상당한 규모의 콜옵션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 수석전략가는 “1분기 말을 앞둔 늦은 시점에 누군가가 급하게 콜옵션을 매수한 것이 흥미롭다”며 “내가 규제기관이라면 이러한 거래에 대해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