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 설립을 확정 짓고 조만간 이를 발표한다. 그간 SK는 기존 공장이 있는 청주 등을 후보지로 놓고 공장 신설을 검토해왔다. 공장은 빠르면 내년 초 착공할 전망이다. 이달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에 이어 청주 반도체 공장까지,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1일 재계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를 차기 반도체 공장 후보지로 낙점하고 이사회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 이를 발표할 계획이다. 청주에는 SK하이닉스가 지난 2019년 분양받은 43만3000여㎡의 공장 부지가 있다. 이미 산업단지 조성이 끝난 상태로, 내년 초 착공하면 2025년쯤 완공된다. 이달 산업단지 조성에 착수해 2027년 초 준공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보다 먼저 생산이 가능하다.
SK하이닉스 측은 공식적으로는 “기존 부지를 활용해 신규 공장 건설을 검토 중으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반도체 업계는 청주 외에는 사실상 대안이 없다고 본다. SK하이닉스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용인 반도체 공장을 수도권 규제 예외로 적용받을 때부터 다음 공장은 비(非)수도권으로 가야 한다는 제한 조건이 걸려 있었고, 다른 부지인 이천은 반도체 공장 신설을 위한 공간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4곳을 신설하는 용인 클러스터와 별개로 공장 신설을 계속 검토해왔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노종원 사장도 지난달 27일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몇 년간 시장 수요에 맞는 공급을 하려면 생산 능력(capacity)을 늘려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용인에 공장(fab)을 갖는 시점 이전에 추가적인 다른 공장 건설의 필요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후보지로 꼽혀온 청주도 그간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한 ‘러브콜’을 끊임없이 보내왔다. 청주에는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반도체 생산 공장들(M11·12·15)이 이미 자리 잡고 있다. 청주시는 지난달 SK하이닉스 반도체 신규 투자에 대비한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렸다. “아직 SK가 공식 투자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공장 신설을 결정하면 공업용수·환경·전력·건축 등 사업의 신속한 지원을 위해 TF를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업계로선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속속 투자와 착공 계획을 발표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연일 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을 싣고 있다. ‘반도체 초강대국’ 공약을 내건 윤 당선인은 지난달 29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 나노종합기술원을 찾아 “총이 아니라 반도체로 전쟁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가 경제와 안보 핵심에 반도체가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도 반도체 공장 신·증설 인허가 주체를 지자체에서 중앙정부로 일원화해 신속 처리를 약속하는 등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잇단 공장 신설로 반도체 공급 과잉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하이닉스 관계자는 “세계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반도체 미세 공정의 기술적 난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공장을 짓는다고 해서 과거만큼 생산 효율이 빠르게 높아지지 않는 측면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