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일제히 실적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넥슨이 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일본 증시에 상장한 넥슨 주가는 13일 종가 기준 3150엔(약 3만원)으로 작년 10월(1666엔)의 2배 수준으로 뛰었다. 지난 9일엔 3275엔(약 3만10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엔씨소프트·넷마블·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주가가 최근 1년 새 반 토막 난 상황에서 이례적인 성과를 낸 것이다. 넥슨이 상장된 일본에서도 닌텐도(-13%), 고에이(-23%), 스퀘어에닉스(-11%) 등 주요 게임사들은 최근 1년 새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넥슨의 시가총액은 약 27조원으로, 크래프톤(약 12조8000억원)·엔씨소프트(9조6000억원)·넷마블(6조5000억원)의 시총을 합친 수준이다.
넥슨의 독주 배경에는 ‘온고지신(溫故知新)’ 전략이 깔려있다. 주요 게임 업체들이 NFT(대체불가능토큰), P2E(돈 버는 게임) 등 신규 트렌드에 역량을 집중하는 사이 넥슨은 기존의 흥행 게임을 재탄생시키는 전략으로 게이머들의 호응을 얻었다. 2005년 국내에 출시한 장수 PC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재단장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지난 3월 출시 이후 구글·애플 앱장터 매출 순위 5위권을 지키며 흥행에 성공했다. ‘자동 전투(알아서 게임이 돌아가는 방식)’ 대신 수동 조작을 택해 게임 몰입도를 높였고, 원작 줄거리를 살리되 새 캐릭터를 다수 넣어 신선함을 가미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중국에서도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난 3000억원을 기록했다.
또 다른 히트작인 메이플스토리(2003년 출시)는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사용자가 급감했지만, 적극적으로 요금 체계를 개선하면서 올 들어 일간 이용자 수가 원래 수준을 회복했다. 넥슨은 여세를 몰아 2004년에 출시한 대표작 카트라이더를 넥슨 최초의 PC·콘솔 혼용 게임 ‘카트라이더:드리프트’로 새단장해 올 4분기 출시할 예정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넥슨의 주요 캐시카우(cash cow·현금 창출원)들이 전부 새생명을 얻은 셈”이라고 했다.
개발자 구인난 속 ‘임금 인상 경쟁’에 시달리며, 실적 부메랑을 맞은 다른 업체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인건비 상승 폭이 덜 했던 것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넥슨의 올 1분기 인건비는 전년 대비 15.9% 늘었는데, 이는 주요 게임 업체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