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시에서 개인 의원을 운영하는 최모(54) 원장은 평소 스마트 기기 5개를 활용한다. 매일 아침 병원으로 출근할 때 ‘에어팟’으로 음악을 듣고, 도착하면 태블릿PC ‘아이패드’로 뉴스를 본다. 진료가 없을 때는 전자책 단말기로 짬짬이 독서를 한다. 최 원장은 “전자잉크라 태블릿PC와 다르게 눈이 편안해서 좋다”고 했다. 주말에 동료와 골프를 치러가면 캐디에게 묻는 대신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로 핀까지 거리를 파악한다. 집에 돌아와선 스마트폰으로 마켓컬리 앱을 켜 다음 날 가족들과 먹을 소고기 등 식사거리를 주문하고 잠든다.

‘구매력 있고 자기 투자에 적극적인 중년’을 뜻하는 A세대는 스마트 기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모바일 경제의 핵심 소비층이다. 이들 상당수는 30대 때 아이폰이 출시돼 스마트폰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덕분에 날 때부터 스마트 기기를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 자녀와도 원활하게 소통한다. 막연히 중년층은 스마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란 통념을 깨고, 적극적이고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주목받고 있다.

◇모바일 앱 주축이 된 A세대

22일 모바일 시장조사 업체 와이즈앱이 최근 2년 새(2020년 5월~2022년 5월) 배달의민족(음식 주문), 토스(금융), 당근마켓(중고·지역 SNS), 쿠팡(쇼핑), 유튜브(동영상) 등 주요 5대 앱의 이용자를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 중년층의 증가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앱별 50대 이상 이용자

이 기간 50대 이상 이용자는 배달의민족(85만→265만명), 토스(155만→317만명), 당근마켓(169만→496만명), 쿠팡(360만→804만명), 유튜브(1098만→1399만명) 등에서 최대 3배가량 급증했다. 전체 이용자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크게 늘어 셋 중 하나꼴로 ‘50대 이상’일 정도다. 이는 와이즈앱이 안드로이드폰 이용자 7만여 명을 표본으로 이용량을 분석, 추정한 결과다. 이 회사 차양명 대표는 “코로나를 계기로 재택 생활이 늘고 비대면 서비스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쇼핑·영상·배달·금융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50대 이상 연령층 이용자 비율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지난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 역시 한국의 중년층이 모바일 경제의 핵심축이 됐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50대의 모바일 인터넷 이용률은 99.2%, 60대는 94.4%였다. 70대 이상 역시 49.6%로 거의 절반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70대 이상은 최근 5년 새 이용률이 각각 21.4%포인트, 25.1%포인트 급격히 늘었다.

이들은 이리저리 혜택을 찾아 옮겨다녀 소위 ‘메뚜기족’으로 불리는 젊은 세대와 달리 ‘충성 고객’의 특징을 보인다. 시장조사 업체 모바일인덱스의 5월 통계는 ‘40·50대의 재발견’으로 요약된다. 연령별 월간 넷플릭스 이용 시간은 40대(659분), 50대(578분), 30대(551분), 20대(405분) 순이었다. 유튜브 일평균 이용 시간에서도 20대(77분), 50대(65분), 40대(61분), 30대(60분) 순으로 조사됐다.

◇손쉬운 사용법 펴내고, 중년 모델 도입

스타트업들 사이에선 A세대를 잡으려는 노력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작년 말 앱 설치부터 회원 가입, 주문, 결제 등을 손쉽게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36페이지짜리 ‘쉬운 배달앱 사용법’이란 책자를 내놨다.

쿠팡은 지난해 75세 여성 고객을 모델로 출연시켜 “이렇게 편한 걸 왜 안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보라”고 동년배에게 권유하는 광고를 만들었다. 쿠팡 관계자는 “내부 조사를 해보니 이들의 구매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가 결제였다”며 “비밀번호나 지문 추가 입력 없이 한 번에 결제할 수 있는 ‘원터치 간편 결제’를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중년 이용자 비율이 높은 당근마켓 역시 “서비스 화면, 게시글 간격, 버튼 위치와 폰트 크기 하나까지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꼼꼼하게 설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