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MS(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미국 빅테크를 대표하는 창업자와 CEO 500여 명이 “미국 내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에서 코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이들은 12일(현지 시각) 미 시애틀의 비영리단체 ‘코드.org’와 함께 미국 각 주 정부와 교육 지도자들에게 컴퓨터과학(Computer Science) 수업을 확대하라는 내용의 촉구 서한을 보냈다. 미국 모든 유치원부터 고등학교(12학년)까지의 정규 교과과정에 컴퓨터과학을 포함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컴퓨터과학이란 쉽게 말해 컴퓨터 언어와 코딩을 배우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선 전체 50주 가운데 12주에서만 유치원~고등학교 전 과정에서 컴퓨터과학을 가르친다.

이들은 서한에서 “우리는 컴퓨터와 인터넷·스마트폰을 발명했다.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다음 세대를 준비시키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했다. 서한은 또 “모든 산업이 디지털 기술의 영향을 받는 시대”라며 “학교는 모든 학생에게 기술이 작동하는 방식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기술 소비자가 아닌 제작자가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코딩은 새로운 기회”

이번 서한에는 기업, 교육, 시민단체 대표를 포함한 총 678명이 서명했다. 빅테크 인사들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사모펀드 그룹 블랙스톤의 스티브 슈워츠먼 회장,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그룹 회장 등 월가 큰손들도 참여했다. 항공업계와 유통업계에서도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CEO, 로버트 아이솜 아메리칸항공 CEO, 크레이그 젤리넥 코스트코 CEO, 존 도나호 나이키 CEO,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 등이 동참했다.

CEO들은 “컴퓨터과학은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오늘날 거의 모든 경력에 필수적인 기초를 제공한다”며 “컴퓨터과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학교와 대학, 그 외의 곳에서 더 나은 성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컴퓨터과학 지식은 현재 운이 좋은 소수만 배우고 대부분의 학생들, 특히 여성과 유색인종 학생은 교육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컴퓨터과학 교육을 모든 학생에게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드.org에 따르면 미국 내 취업이 가능한 컴퓨터 관련 직종은 69만5077개 있지만 작년 한 해 컴퓨터과학과 졸업생들은 7만9991명에 불과하다. 또 미 전체 고등학교 중 51%에서만 컴퓨터과학 기초 수업을 제공한다.

◇컴퓨터과학 교육이 이제 뉴노멀

CEO들은 “컴퓨터과학 교육을 뉴노멀로 만들 때”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로 변화된 디지털 환경이 본격적으로 아이들에게 코딩과 프로그래밍 교육을 시킬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이들은 “코로나 기간 미국 학생의 대다수가 집에서 원격교육을 위해 노트북이나 PC를 지원받거나 마련했다”며 “이 노트북을 활용해 컴퓨터과학을 가르치면 된다”고 했다.

CEO들은 컴퓨터과학 교육을 국가적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고급 기술 이민의 3분의 2를 컴퓨터 과학자가 차지하고 미국 모든 주에서 이러한 전략 인재를 수입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 경쟁력의 문제”라고 했다. 이들은 “지금은 행동을 취할 때이고, 우리는 우리의 몫을 다하겠다”며 컴퓨터과학을 배운 학생의 고용 기회 창출, 인턴십 제공, 소외된 지역을 위한 컴퓨터과학 교육 지원 등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내 테크 업계 관계자는 “코딩과 프로그래밍 등 컴퓨터과학 교육의 필요성은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AI 인재 부족 사태를 겪는 상황에서 한국도 컴퓨터과학 교육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