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올 2분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경기 침체와 강달러 등의 영향으로 현금 흐름과 마진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주가가 급락했다.
IBM은 18일(현지시각) 올 2분기(4~6월) 매출액이 1년 전보다 9% 증가한 155억달러(20조44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예상치(151억8000만달러)를 웃돈 것이다. 주당 순이익은 2.31달러로 역시 예상치를 웃돌았다.
최근 1년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가상서버) 매출이 전년보다 16% 증가했고, 올 2분기 소프트웨어 매출이 1년 전보다 6% 상승했다. 컨설팅 매출은 10% 증가했다. 특히 작년 수익성 강화를 위해 IT 관리 인프라 사업을 떼내 만든 킨드릴이란 자회사가 매출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회사 성장은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며 “수요는 꽤 강한 것으로 보이며,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동유럽 등지에서의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고 했다.
하지만 IBM은 악화하는 대외 환경으로 인해 현금 흐름과 마진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짐 카바나기 IBM CFO는 “올해 잉여 현금흐름은 100억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지난 4월 제시한 100억~105억달러 규모보다 낮아진 것이다. 카바나기 CFO는 “달러화 강세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사업이 중단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IBM의 2분기 매출총이익률도 1년 전(55.2%)보다 낮은 53.4%를 기록해 시장의 우려를 낳았다. IBM이 실적을 발표하자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4% 급락했다.
◇2분기 흔들린 테크 기업들
테크 업계에선 IBM을 시작으로 쏟아질 2분기 테크 기업 실적이 예년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본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애플·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 등 5개 기업의 2분기 순이익이 1년 전보다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빅테크들이 코로나 보복 소비 등으로 높은 수익을 거둔 것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지만 그만큼 경영 환경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2일 테슬라는 올 1분기보다 나쁜 2분기 판매 실적을 공개했다. 4~6월 테슬라가 고객에게 인도한 전기차는 25만4695대로, 1분기(31만48대)보다 17.9% 감소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달 2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올 4~6월 매출 전망치를 월가 예상치보다 하향 조정했다. MS 측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미국이 긴축에 들어가면서 달러 가치가 급등해 같은 돈을 벌어도 실적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리세션)로 상품 가격이 상승하고, 돈을 빌리기가 기존보다 어려워지면 소비자들은 꼭 필요한 제품에만 돈을 쓰고 이는 기업의 이익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 월가 증권사들은 올해 기업의 순이익이 2분기 연속 역성장하는 ‘어닝 리세션’이 벌어질 것이라 우려한다. 마이클 아론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 수석투자전략가는 “저성장과 인플레이션 지속 등으로 대형 기술주의 수익성은 앞으로도 40%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