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본지 기자가 불법 영상 콘텐츠 공유 사이트인 ‘○○티비’에 접속해 봤다. 최근 인기 드라마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비롯해 ‘모범형사 시즌2′ ’신병’ ‘헤어질 결심’ 등 최신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 등이 올라와 있었다. 이용자는 별도의 결제 없이 클릭만 하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사이트 운영진은 홈페이지에 도박 사이트 광고 배너를 게시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K웹툰, 웹소설을 공짜로 올리고 불법 퇴폐 광고로 돈을 버는 불법 사이트들과 똑같은 방식이다. 넷플릭스가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은 중국 네티즌들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해 한국 드라마·영화 등을 공공연히 시청하고 있다.

한국 영화·드라마 같은 동영상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콘텐츠 불법 공유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웹툰·웹소설 유통 시장에선 한국 작가들의 인기 작품을 불법 공유하는 ‘○○토끼’ ‘△△토끼’ 사이트들이 성행하는 것처럼, 각종 영상을 불법 송출하는 ‘○○티비’ ‘△△티비’ 같은 사이트들도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유료로 제공하는 최신 영화 등을 불법으로 송출하는 웹사이트. 이들은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신 인터넷 도박 사이트 등으로 연결되는 광고를 게시해 돈을 번다. /인터넷 캡처

◇진화한 불법 공유… 해외 서버 두고 웹사이트로 송출, 도박사이트 광고로 막대한 수익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등을 불법 복제해 영상 파일을 공유하는 것은 예전에도 있었다. 주로 국내에서 운영되는 파일 공유 사이트에 동영상 파일을 무더기로 올려놓고 공유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최근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웹사이트를 통해 송출하고 있어 불법 유통을 차단하기가 더 어렵다는 게 콘텐츠 업계의 설명이다.

송출을 막으려면 웹사이트를 폐쇄해야 하지만 해외에 서버를 두거나 위장 서버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 단속을 위해선 국제 공조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접속한 홈페이지의 경우 사업장 주소가 남미 파라과이의 한 곳으로 적혀 있었지만 구글 지도에서 검색한 해당 주소는 정확한 건물 주소가 아니라 도로명에 불과해 실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러는 사이 불법 콘텐츠 공유 사이트는 폭증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영상(영화·방송) 분야 해외 불법 사이트는 2019년 3612개, 2020년 4588개, 2021년 5768개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1988개가 발견됐다. 30명 규모의 불법 콘텐츠 공유 감시단을 운영 중인 저작권보호원은 “콘텐츠 불법 공유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선 불법 공유 사이트 운영진을 찾아내 검거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국내에서 운영되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들도 해외에 위장 서버를 두거나 다양한 보안 기술을 동원하고 있어 추적이 쉽지 않다”고 했다.

◇OTT 업체들 “손쓸 방법 없어”… 글로벌 수익 창출 기회 막힐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은 “별달리 손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웨이브 관계자는 “불법 공유 영상 단속을 전문으로 하는 사설 업체에도 단속을 의뢰하고 있고 자체적으로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면서도 “유튜브와 같은 공식 플랫폼에 불법적인 영상이 올라온 경우 유튜브에 신고해 영상 송출을 중단할 수 있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대해선 대처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했다.

웹툰·웹소설과 달리 영상 콘텐츠의 불법 공유에 대해선 아직 피해 액수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OTT 업체들의 수익이 침해되는 것에 더해,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면 한국 콘텐츠 수출 기회가 막혀버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단법인 저작권해외진흥협회 관계자는 “해외시장에 한국 드라마나 영상을 수출하려 해도, 불법 유통이 만연하고 있다면 굳이 시장에서 이를 수입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며 “한국 콘텐츠의 추가 수익 창출 기회를 보장하려면 불법 공유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