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와 케빈 러브, 농구 구단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이자 미 ABC방송의 샤크탱크에 나오는 억만장자 투자자 마크 큐반이 투자한 스타트업이 있다. 미국 포틀랜드에서 2019년 설립된, 미국 최초 탄소 중립 식품 회사를 표방하는, 스타트업 ‘뉴트럴 푸즈(Neutral Foods)’다.
이 스타트업의 목표를 한 마디로 바꾸면 이렇다. ‘젖소가 뀌는 방귀를 바꿔라’. 낙농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탄소제로(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의 양이 0인 제품)인 우유를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 ‘소가 뀌는 방귀를 바꿔라’ 미 스타트업 ‘뉴트럴 푸즈’에 빌 게이츠·르브론 제임스가 투자
이 업체는 31일(현지시각) 빌 게이츠가 설립한 브레이크쓰루 에너지 벤처 주도로 1200만달러(161억원)의 시리즈A 펀딩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작년 10월과 올 4월 2차례의 시드(극초기) 투자에서도 유명인들의 투자를 받았다. 작년 10월 브레이크쓰루 에너지 벤처와 마크 큐반으로부터 4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고, 작년 4월엔 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 케빈 러브, 토바이어스 해리스, 싱어송라이터 존 레전드도 이 회사에 투자했다.
유명인들이 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낙농·축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풀을 뜯어 먹고 사는 젖소들이 방귀와 트림, 배설물을 통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아산화질소는 엄청나다. 16년전 통계긴 하지만, 2006년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 비중에서 축산은 전체의 18%를 차지한다. 산업(16%), 교통(14%), 에너지(13%) 보다 많다. 북미산 소 한마리가 1년간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소형차 1대의 배출량과 비슷하다.
◇사료에 해조류 보충제 넣어 실험
뉴트럴 푸즈는 낙농가와 협력해 소를 키우며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낙농가와 협력해 목장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양을 정확히 측정하고, 배출량에 해당하는 탄소배출권을 사들여 현재 탄소제로 우유를 시장에 판매 중이다. 이 우유 앞면엔 ‘이 우유는 기후변화와 싸운다’는 설명이 써 있다. 뉴트럴 푸즈는 또 30여개 낙농가와 함께 젖소가 먹는 사료를 변경하고 젖소의 배설물을 관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한 농가에서는 사료에 미역 같은 해조류 보충제를 넣어 젖소 배설물의 메탄 가스를 줄이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소의 배설물과 방귀를 모아 발전에 사용하는 법도 연구한다. CNBC는 “젖소의 분뇨를 적절히 분리하고 퇴비화하는 방식으로 메탄과 아산화질소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50%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뉴트럴 푸즈의 작년 매출은 310만달러(41억6000만원)로 추정된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 중이다. 현재 뉴트럴 푸즈는 탄소제로 우유를 식료품점인 홀푸드와 스프라우츠, 대형 매장 타겟을 포함한 2000여개 매장에 유통하고 있다. 반응은 좋다. 홀푸드는 뉴트럴 푸즈의 탄소제로 우유를 올해 10대 트렌드 상품으로 꼽았다. 뉴트럴 푸즈는 올 연말까지 매장을 500여개 더 늘리고, 추후 탄소제로 치즈와 고기까지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마르커스 스미스 뉴트럴 푸즈의 CEO는 “우리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이 우리 제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테크 업계에선 뉴트럴 푸즈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기존의 푸드테크는 실제 고기 대신 대체육이나 식물성 원료를 가공해 만든 제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기존에 있는 제품의 생산 방식을 유지한 채 탄소를 줄이는 방법에 집중한다. 일반 소비자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브레이크쓰루 에너지 벤처의 카마이클 로버츠는 “뉴트럴 푸즈의 선전은 낙농업에서도 기후변화를 막는 기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는 신호를 농부들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마크 큐반은 CNBC에서 “소비자들은 자신이 소비하는 제품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점점 더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