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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과 파트너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지난 7월말 방한한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를 방문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런 소감을 남겼습니다. 방문을 요청한 주한미국대사관측에 따르면 뉼런드 차관이 네이버의 로봇과 AI 기술 클로바 등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미국과의 협력을 당부했다고 합니다. 최근 첨단 기술 주도권 되찾기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미국 정부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것이죠.
2016년부터 4831억을 투자해 6년간의 공사 끝에 올초 문을 연 네이버 신사옥 ‘네이버 1784′는 현재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곳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최태원 SK회장 같은 재계 인사들부터 스타트업 대표, IT전문가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방문 요청이 워낙 많다 보니 네이버는 전문 도슨트까지 두고 있습니다. 외관상으로는 특별할 것 없는 이 빌딩에 왜 이런 관심이 쏠리는 것일까요.
◇세계 최초의 로봇 친화형 빌딩 ‘네이버 1784′, 네이버 첨단 기술의 테스트베드… ‘새로운 산업혁명’ 꿈꾸며 1784 이름 붙여
네이버의 기존 사옥은 그린팩토리로 불렸습니다. 경부고속도로 바로 옆에 우뚝 서 있는 초록색 빌딩이죠. 신사옥 네이버 1784는 그린팩토리 바로 옆에 은색으로 지어졌습니다. 원래 1784라는 이름은 신사옥 주소인 ‘178-4번지’에서 따온 임시 명칭이자 건설 프로젝트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1784년이 산업혁명이 시작된 해라는 점을 깨닫고 사옥 이름으로 결정했습니다. 1784년은 영국의 제임스 와트가 개발한 증기기관 기술이 방직기에 접목된 해이자, 기계화 혁명이 시작된 때입니다. 인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전환점을 사옥 이름에 담아, 네이버가 주도하는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자는 뜻을 세운 것이죠.
‘네이버 1784′에는 비어있는 공간이 많습니다. 전형적인 오피스처럼 건물 가득 빼곡하게 좌석이 들어서 있지 않습니다. 7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건물 내에 오피스 공간이 절반, 통행할 수 있는 공간이 절반 정도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건물 안을 잠시만 돌아다니면 곧바로 이 비효율적인 배치의 이유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바로 로봇 때문입니다. 회의실, 식당, 사무실 등 어디에서나 로봇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1784에 대해 “첨단 기술의 융합을 끊임없이 실험하는 테스트베드”라고 했습니다. 애초부터 1784 자체를 네이버 기술을 적용하고 개발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네이버는 세계 최초의 로봇 친화형 건축물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특허를 230개나 출원했습니다.
이런 구상을 네이버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산호세에 있는 세계 최대 그래픽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사옥 ‘보이저’는 직원 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크게 지어졌고, 직원 1인당 공간도 기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배정했습니다. 엔비디아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젠슨 황은 이에 대해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 기술이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년 내에 모든 직원이 로봇을 아바타 삼아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공간을 넓게 설계했다”고 했습니다. 직원만을 위한 사옥이 아니라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이죠. 다만 젠슨 황의 이런 구상이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았습니다.
◇기술 융합을 실험하는 테스트베드
네이버 1784에서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키 110cm의 자율주행 로봇 ‘루키’는 네이버 직원들의 집사 역할을 합니다. 택배와 식음료를 배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로봇은 ‘뇌’가 없는 이른바 브레인리스 로봇입니다. 네이버는 현재 40대를 운영하고 있는 루키를 100대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루키는 건물 내에 구축된 자체 5G망과 클라우드를 이용해 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인 ‘아크(ARC)’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초당 1m 정도의 속도로 움직입니다. 네이버는 이 시스템을 현실과 가상을 아우르는 ‘아크버스’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네이버는 1784 건물의 모든 것을 클라우드 공간 내에 구현해 놓았습니다. 이른바 ‘디지털 트윈’ 기술입니다. 디지털 세상에 또다른 1784가 있는 셈입니다. 건물 곳곳을 파악하고 있는 데에다 루키가 움직이면서 촬영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면서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루키는 자율주행 기능을 갖춰 움직이는 주변 물체를 인식하고 위험을 회피합니다. 사람이 앞을 지나가면 잠시 멈췄다가 사람이 지나간 후에 안전을 확인하고 다시 움직이고, 배터리가 떨어지면 스스로 충전 장소를 찾아갑니다. 건물 곳곳에 있는 충전소에 루키가 늘어서 있는 모습은 마치 미래 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까지 줍니다. 네이버는 이 아크 로봇 시스템을 내년 출시해 병원, 공항, 물류센터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입니다.
2층에 있는 양팔로봇 ‘엠비덱스’는 일을 마치고 돌아온 루키를 청소하고 소독하는 역할을 합니다. 마치 사람처럼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네이버랩스 연구원들이 일일이 동작을 가르쳤습니다. 엠비덱스는 채소나 과일을 깎거나 조리하는 것 같은 다양한 동작도 배우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특이한 스타벅스도 들어섰습니다. 스타벅스에서 만들어진 음료는 같은 층에 위치한 15개의 회의실에 루키를 통해 배달됩니다. 문을 열 수 없는 루키를 감안해 각 회의실 문은 네트워크 인식으로 자동으로 열고 닫히게 설계됐습니다. 특히 루키는 카메라 인식을 통해 주문한 사람인지를 확인한 뒤에 음료를 꺼내 놓습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코로나 시대에 맞춰 안면인식 기술을 고도화해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도 거의 오류없이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1784에는 루키를 위한 엘리베이터도 있습니다.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로보포트’는 서비스 로봇을 층간 이동시키는 세계 최초의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입니다. 128m 높이의 상승·하강 수직 레일과 레일 간 수평 이동장치를 별도 제작해 10개의 로봇 엘리베이터가 순환하도록 했습니다. 보통 엘리베이터는 1개 승강로에 1대의 승강기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로보포트는 하나의 승강로에 10개의 캐리어가 돌아가기 때문에 더 많은 로봇을 효율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마치 놀이공원의 대관람차를 건물 내에 넣은 모양입니다.
배달 로봇이 전부는 아닙니다. 2층 로비에서는 드로잉로봇 ‘아르토원’ 여러 대가 태블릿PC에 각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딥러닝(심층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패드에 적절한 힘을 줘서 그림을 그리도록 가르치는 과정입니다. 로봇이 적절하게 힘을 조절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사람의 운동을 따라하고, 예술적인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과정까지 연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네이버랩스의 로봇 연구공간에는 네이버가 지금까지 개발했던 수많은 로봇이 전시돼 있습니다. 길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지도를 만드는 로봇부터 자유롭게 사족보행하는 로봇 치타에 이르기까지 수십대의 로봇이 늘어서 있는 모습은 마치 구글의 스트리트뷰 서비스 본산인 개러지(garage·차고)를 연상케 합니다. 식당에서는 네이버의 스타트업 투자 조직 ‘D2SF’가 투자한 기업 ‘비욘드 허니컴’이 제작한 AI로봇이 그릴 요리를 만들어 직원들에게 제공합니다.
◇치열한 로봇 상용화 경쟁
로봇을 상용화하려는 경쟁은 전세계적으로 치열합니다. 개별적으로 로봇을 개발하는 회사들을 이미 수십년 전부터 셀 수 없이 많았지만, 최근 10년 사이에는 시험적인 차원이 아니라 실생활과 산업현장에 로봇을 활용하려는 빅테크들의 야심찬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은 지난 9일(현지 시각) 벨기에의 자동화 기술 개발업체 ‘클루스터먼스’를 인수했습니다. 아마존은 2012년 창고 로봇 제조업체 키바 시스템스를 7억7500만달러에 인수해 아마존 로보틱스라는 자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이미 수만대의 자율주행 로봇으로 거대한 물류창고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6월에는 완전 자율 이동 로봇인 프로테우스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아마존은 지난달에는 로봇청소기 제조로 유명한 아이로봇을 인수하는 등 로봇 사업에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역시 로봇에 진심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있는 테슬라 공장에는 완전 자동화를 위해 특별히 고안된 첨단 로봇들이 대거 배치됐습니다. 머스크는 이 로봇들에 ‘프로페서X’ ‘스톰’ ‘사이클롭스’ 같은 영화 X맨의 주인공 이름을 직접 붙이면서 애정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전세계 테크 업계는 이달 30일 열리는 테슬라의 연례 행사 ‘AI데이’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머스크가 지난해 이 행사에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테슬라 봇’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올해 행사에서 테슬라 봇의 발전된 모습이나 초안이 나올 지 주목됩니다. 머스크는 테슬라 전기차를 ‘사륜로봇’으로 부를 정도로 로봇과 기술 발전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사륜로봇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니, 이제 인간과 비슷하고 인간의 일을 대신할 수 있는 이륜로봇인 휴머노이드를 만들겠다는 것이죠.
아예 로봇과 시스템 임대를 주업으로 삼는 기업도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로봇 스타트업 로커스 로보틱스는 물류창고용 자율주행 로봇 ‘세바(CEVA)’를 DHL, 부츠 같은 대기업과 중소 유통업체들에 빌려줍니다. 세바는 물류창고에서 물품을 분류해 선반에 집어넣고, 필요한 물건을 배송 직원에게 가져다주는 역할을 합니다. 로커스의 경쟁력은 수많은 로봇을 움직이고 통제하는 소프트웨어와 관제시스템을 함께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로커스는 “세바를 투입한 물류창고의 효율이 200~300% 향상됐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현재 세바가 운송한 물품은 10억개가 넘습니다. 틈새시장(니치마켓)을 노리는 기업도 있습니다. 미국 오하이오의 패스 로보틱스는 용접용 로봇만을 전문적으로 빌려주고, 래피드 로보틱스는 부품 조립·부품 검사·초음파 검사 등에 필요한 모듈형 로봇을 매달 2100달러에 빌려줍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래피드 로보틱스의 로봇은 대당 2만달러의 인건비를 절약해줍니다. 이 밖에 미국 스타트업 피크닉은 피자 로봇을 빌려주고,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투자한 AI 로봇업체 비카리우스는 수술 로봇 임대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아마존이 물류창고, 테슬라가 자동차 공장을 거점으로 로봇 산업에 뛰어드는 것처럼 각 기업들은 각자가 가진 인프라와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로봇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인터넷과 콘텐츠에 강점을 가진 네이버는 기존에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로봇이라는 하드웨어를 빠르게 결합하기 위해 거대한 테스트베드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미래 전략 ‘헬스케어’, 빌딩도 판매한다?
네이버 1784에서는 로봇 이외에 야심찬 네이버의 또다른 미래 계획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헬스케어입니다. 네이버는 수년 전부터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에 큰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원격의료를 비롯한 첨단 기술들이 각종 규제에 막혀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이버는 1784내에 300평 규모의 부속의원 ‘네이버케어’를 세워 각종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첨단 장비를 갖춘 종합병원급의 네이버케어에서는 ‘스마트 서베이’와 ‘페이션트 서머리’ 등의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환자가 말하는 병력을 AI가 자동으로 의료용어로 변환해 기록해주고, 과거 검진 결과도 AI가 분석해서 적절한 검진 항목을 추천해줍니다. 미국 아마존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서비스 ‘아마존케어’로 헬스케어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을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네이버케어는 국내 최고의 로봇 수술 전문가로 꼽히는 나군호 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이끌고 있습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의 일본 관계사인 라인은 일본에서 병원 검색, 예약, 진료, 결제 등을 원격으로 진행하는 ‘라인 닥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네이버케어를 통해 테스트하고 개발한 기술들이 한국 헬스케어 사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네이버는 1784 빌딩 자체를 사업화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로봇과 AI같은 첨단 기술을 실제로 시험하면서 테스트하고 최적화한 빌딩 시스템을 판매하겠다는 것이죠. 채선주 네이버 대표는 “세계 최초의 모델인 만큼 충분히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며 “사옥 건설을 함께 한 기업들과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네이버 1784에는 국내 기업들의 첨단 기술이 대거 도입돼 있습니다. 로봇 엘리베이터 로보포트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자회사인 현대무벡스가 개발했고, 루키의 배터리와 충전시스템은 LG에너지솔루션이 담당했습니다. 건설은 삼성물산이 맡았죠. 또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5G와 다른 네이버만의 5G 특화망 구축에는 삼성전자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만약 이 빌딩 시스템이 널리 보급되고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빌딩으로 표준화된다면 네이버를 비롯한 참여 기업 모두가 엄청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것이죠.
네이버 1784에는 친환경과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시대적 배경도 반영돼 있습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건설이 시작된 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커다란 설계 변경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당초 1층 로비에 설치될 계획이던 오픈형 오디토리엄이 사라졌고 각 층별로 공조 시스템은 감염내과 전문의와 산업공학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완벽하게 분리했습니다. 오염된 공기가 다른 층으로 확산되지 않게 하면서 추가적인 감염을 막을 수 있도록한 것이죠. 신선한 외부 공기가 끊임없이 유입되도록 한 것도 특징입니다. 구내 식당은 식사 시간이 아니면 조리공간이 완벽히 닫혀 사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불편한 로봇과의 공존
네이버 1784는 새로운 도전입니다. 동시에 한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네이버는 강력한 검색 엔진을 기반으로 인터넷 사업을 확장해 온라인 쇼핑, 결제 등에서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웹툰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죠. 하지만 네이버의 매출 가운데 84%를 차지하는 검색 광고, 쇼핑, 핀테크는 모두 내수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인구 5200만명에 불과한 내수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본 닛케이는 “네이버가 해외 사업 개척을 위해서는 소비자 중심이 아닌 기업 시장을 공략해야 하고 네이버는 로봇과 클라우드 등이 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실제 이 사옥을 경험한 네이버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편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로봇과의 공존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사람이 양보를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네이버 1784에는 로봇을 위해 정해진 길이 있고, 회의실 문을 여는 속도나 방식까지도 기존과 다르게 설계됐습니다. 현재의 로봇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사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뒤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특정 작업을 빠르게 반복하거나 무거운 물체를 옮기는 것 같은 분야에서는 사람보다 월등히 뛰어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장 같은 특수한 환경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아직은 사람이 택배를 움직이고 식음료를 배달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율적입니다. 로봇 권위자 김상배 미국 MIT 기계공학과 교수는 로봇 개발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사람은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돌려야 한다는 것만 알려주면 그 문고리가 어떻게 생겼든, 어느 위치에 있든 직관적으로 알고 문을 열 수 있습니다. 반면 로봇은 손잡이의 모양이 조금 다르거나 위치가 약간만 바뀌어도 전혀 인식하지 못합니다. 일일이 입력하고 가르쳐야 하죠. 문고리에 물건이 걸려 있어도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체코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 희곡 ‘R.U.R’에서 처음 ‘로봇’이라는 단어를 사용한지 10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1920년은 미국에서 세계 최초의 상업용 라디오가 방송이 시작됐고, 세계 1차대전의 결과로 국제연맹이 결성된 해였습니다. 이후 한 세기가 지나는 동안 인류는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로봇은 우리의 기대 만큼 똑똑하고 강해지지 않았습니다. 로봇과 인간의 공존, 또 이를 통한 기술의 발전이라는 치열한 미래 경쟁 속에서 네이버의 실험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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