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신제품 GPU 지포스 RTX 4090을 들어보이고 있다. /엔비디아 행사 캡처

미국의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20일(현지시각) AI 화질 개선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 GPU(그래픽처리장치)인 ‘지포스 RTX 40시리즈’를 출시했다. 이날 엔비디아는 온라인에서 자사 컨퍼런스인 GTC2022를 열고 3세대 그래픽 아키텍처인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와 이를 기반으로 만든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 4090과 4080을 공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컴퓨팅 분야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이 로켓의 추진 엔진은 가속컴퓨팅이며, 그 연료는 AI(인공지능)이라고 했다.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는 세계 최고 성능을 자랑한다. 작년 출시한 RTX 30시리즈는 한때 가상화폐 채굴과 게임 수요 급등으로 가격이 출시가의 배로 뛰며 품귀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상화폐 가격 급락에 따른 채굴 수요 감소, 게임 수요 감소, 이더리움의 채굴 방식 전환에 따른 GPU 불필요, 중국으로의 고성능 칩 수출 금지 등의 악재가 잇따르며 엔비디아는 위기를 겪고 있다. 테크 업계는 엔비디아의 새로운 GPU가 타개책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포스 RTX 4090. /엔비디아 행사 캡처

◇삼성 아닌 TSMC에서 만드는 고성능 GPU

엔비디아가 이날 선보인 새로운 GPU 아키텍처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수학자로 알려진 실존 인물의 이름을 땄다. 특징은 AI를 적용해 비디오 게임 그래픽을 개선한 것이다. AI가 그래픽을 이루는 각 픽셀 단위 값을 파악하고 각각의 해상도를 16K까지 올린다. 760억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돼 있고, 이전 아키텍처보다 70% 많은 1만8000개의 쿠다(CUDA) 코어를 통합했다.

이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GPU인 RTX4090은 마이크론의 24GB(기가바이트) 메모리가 탑재됐고, 대만의 TSMC에서 4나노 공법으로 제조된다. 엔비디아는 전 제품인 RTX 30시리즈를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위탁생산했는데 이번에 다시 TSMC로 옮긴 것이다.

젠슨 황 CEO는 “이 제품은 직전 제품인 3090Ti보다 2~4배 빠르다”고 했다. 10월 12일부터 판매가 시작되고, 가격은 1599달러다. 엔비디아는 또 이보다 저렴한 2가지 RTX4080 모델을 선보였다. 12GB와 16GB 메모리 탑재 모델로, 각각 899달러와 1199달러부터 시작한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프로세서인 드라이브 토르가 적용된 차량의 운행 모습. /엔비디아 행사 캡처

◇자율주행용 프로세서도 공개

엔비디아는 이날 또 자율주행차용 프로세서인 드라이브 토르(Drive Thor)를 공개했다. 역시 에이다 러브레이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770억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됐다. 이는 각 자동차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자율주행용 칩을 개발하는 가운데, 엔비디아가 성능을 강화한 칩을 내놓으며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젠슨 황 CEO는 “기존 개발하던 자율주행용 칩보다 성능을 2배 강화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이 칩을 2025년 출시되는 중국의 전기차 업체 지커의 자동차에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최근 엔비디아는 매출 감소세를 겪고 있다. 팬데믹 기간 늘었던 게임 수요가 사라졌고, 가상화폐 가격 급락에 따른 채굴 감소로 GPU 판매가 줄었다. 실제로 지난 8월 엔비디아는 올 2분기 주당 순이익이 시장 전망치(1.26달러)를 밑도는 0.51달러라고 밝혔다. 매출액도 67억달러로 예상치에 못 미쳤다. 엔비디아는 3분기도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치는 실적(예상 매출액 59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알렸다. 최근엔 이더리움이 지분 증명으로 방식을 전환하면서 가상화폐를 채굴하기 위해 GPU를 사는 사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3월보다 50% 폭락한 131.76달러를 기록 중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선 새로 출시하는 RTX 40 시리즈의 흥행이 절실하다. 테크 업계에선 이번 신제품이 1년 전보다는 못하지만 엔비디아 매출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블룸버그는 “이번 제품은 컴퓨터가 이미지를 보다 자연스럽게 구현하도록 성능을 강화한 것이 돋보인다”며 “고객이 새로운 GPU로 교체할 이유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