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3시 30분쯤 5000만명이 쓰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작동을 멈추자, 전국민의 일상이 사실상 ‘블랙아웃’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카톡으로 서로 안부를 묻지 못하는 상황을 넘어, 택시·송금·결제·웹툰 같은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일제히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카카오톡과 연동된 각종 민·관 서비스들도 장애 도미노를 일으키면서 대한민국 주말이 올스톱된 것이다. 전국 거리에선 승객을 태우고도 요금을 받지 못해 망연자실한 택시기사, 식당 음식 값을 지불하지 못해 당황한 손님, 가상화폐를 제때 팔지 못한 투자자 같은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카카오뿐 아니라 네이버 일부 서비스까지 한동안 장애를 일으켰다.
카카오는 “유례없는 대형 사고”라면서 전 직원을 동원해 밤샘 복구 작업을 펼친 끝에 16일 오후 9시 30분 현재 카카오톡 메신저와 페이·내비 등 주요 서비스를 겨우 복구했다. 하지만 서비스 지연 현상은 계속돼 완전 복구가 언제 될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IT업계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최초 5G 이동통신 서비스 시작 등 IT 강국으로 통했던 한국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사태를 통해 플랫폼 독점 사회로 변모한 한국 사회의 취약성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카카오·네이버 아이디만 있으면 민간뿐 아니라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편의 서비스 대부분을 이용할 수 있는 ‘초연결 사회’가 한순간에 모든 것이 마비되는 ‘초먹통 사회’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전 국민이 사용하는 포털과 메신저를 각각 보유한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10여 년간 금융·결제·쇼핑·여가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무차별 확장해왔다. 정부조차 카카오톡을 통해 코로나 백신 접종, 맞춤형 복지 같은 서비스를 안내하고 있다. 보안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아이디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역설적으로 두 회사가 문제를 일으키면 전국이 마비되는 플랫폼 종속 사회가 돼버렸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16일 대통령실은 “업계와 정부가 합심해 서비스를 신속하게 정상화해달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을 전하면서 “초연결 사회에서 데이터 통신 인프라는 국가 안보와 국민 생활에 직결된다”며 “네트워크망 교란은 민생에 상당한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유사시 국가 안보에도 치명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밝혔다.
/장형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