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장애인 등 전국 2200만명의 사회보장 급여 수급자들은 지난달 초 개통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먹통 사태로 여전히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 달여 만인 지난 15일엔 카카오·다음발(發) 대규모 서비스 오류로 5000만 국민의 일상이 송두리째 마비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15일 오후 카카오 데이터센터 입주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판교캠퍼스에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진압이 됐지만 다음,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등 일부서비스에 장애가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PC용 카카오톡의 오류 안내문. 2022.10.15/뉴스1

세계 최초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97%에 달하는 스마트폰 보급률, 빠른 디지털화 등 ‘IT 강국’으로 통했던 한국에서 대규모 시스템 불통이 잇따르고 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무사안일, 비용절감, 책임회피’ 같은 업계의 고질적 문제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 공급 실패한 SK C&C 데이터센터”

이번 ‘카카오 먹통’ 사건도 결국 국내 대표 IT 대기업인 SK C&C와 카카오의 책임 방기에서 비롯됐다. 데이터센터의 생명은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24시간, 365일 고객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신뢰·안정성’이다. SK C&C가 판교 데이터센터 지하 3층에 주전원장치, UPS(무정전 전원장치), 비상 디젤발전기(경유 1만5000ℓ)까지 다중 체제를 갖춰 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SK C&C는 전기실 화재가 발생하자 비상전원을 가동하는 대신 센터 전체의 전원을 차단했다. SK C&C 측은 “화재 진압 과정에서 감전 등 안전 우려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데이터센터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화재 원인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현장 CCTV에 배터리 불꽃이 튀는 모습이 포착된 걸 보면 SK C&C가 화재 관리에 실패한 셈”이라며 “데이터센터는 전등 스위치처럼 한번에 끌 수 없고, 순차적으로 시간을 두고 꺼야 하는데 전원을 강제로 차단하면서 장비와 데이터가 상당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도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각 층별로 보조 전원장치가 있었으면 (서버에) 전력 공급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K C&C와 카카오 책임자 모두 “(서버가 멈추는) 화재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답변, “동네 구멍가게도 대비하는 화재를 대기업이 예상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판을 들었다.

보건복지부 발주로 LG CNS 컨소시엄이 개발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도 제대로 테스트조차 이뤄지지 않았지만, 개통을 강행했다가 대란이 벌어졌다. 시스템 총괄 책임자인 노대명 한국사회보장정보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시범운영 당시 92%가 넘는 성공률이 있었고, 2주간의 시간이 있어서 7~8%의 미진율은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용절감 급급, 사고 뒤에도 ‘책임 공방’ 몰두

‘비용절감’도 고질적 문제점이다. 카카오는 10년 전인 2012년 서비스 먹통 사고 때 “돈 많이 벌면 대륙별로 초절전 데이터센터를 분산 가동해 안전을 도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해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도 자체 데이터센터는 물론 이원화 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아 이번 먹통 사태를 맞았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에서도, 소프트웨어 업계에 만연한 하청·재하청 구조가 문제의 원인 중 하나였다.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는 “어떤 프로젝트든 정당 가격보다 최저가 입찰을 고수하는 곳이 많고 하청 기업을 사실상 부하 직원처럼 부리면서 수시로 과업을 바꾸고 근태까지 빡빡하게 관리한다”며 “이런 구조에서 개발자들이 대거 이탈하면, 부랴부랴 대체 인력을 투입하지만 작업의 연속성이 끊기며 프로젝트가 누더기가 되는 일이 다반사”라고 했다.

대규모 장애가 발생할 때마다, 피해 보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업체들 간 ‘책임 떠넘기기’만 벌어진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카카오 먹통 사태에서도 카카오가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때문”이라고 지목하자, SK C&C는 “일부 서비스들이 백업 미비 등으로 장애가 지속되는 것은 해당 서비스 제공사에서 설명할 부분”이라며 공을 다시 카카오로 넘겼다. 뒤늦게 각 사 대표들이 사과문을 냈지만, 결국 국정감사에 각 사 오너들이 줄줄이 불려 나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