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미 샌프란시스코 유니티 본사에서 만난 존 리키텔로 유니티 CEO. /유니티

지난 1일(현지시각) 미 샌프란시스코 유니티 본사에서 만난 존 리키텔로 유니티 CEO(최고경영자)는 “AR·VR(증강·가상현실) 기기가 없어도 메타버스는 가능하다. 아바타도 꼭 필요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라고 하면, 사람들이 VR 기기를 쓰고 가상현실에 들어가 자신의 아바타로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는 것을 생각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니티는 2004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설립된 글로벌 게임 엔진 개발사다. 현재 본사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다. 게임 엔진은 개발자들이 게임을 만들 때 쓰는 제작 툴로, 쉽게 말하면 게임 개발의 기초 설계를 해주는 도구다. 게임 엔진을 사용하면 개발자들이 맨땅부터 개발할 필요 없이 게임 엔진이 제공하는 툴을 통해 게임 제작, 운영, 과금 체계 설계까지 쉽게 할 수 있다. 전 세계 모바일·PC·콘솔 게임의 50% 이상이 유니티의 게임엔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모바일 게임 톱 1000개 게임 중엔 72%가 유니티 엔진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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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니티는 본업인 게임보다 메타버스 구축 툴로 주목을 받고 있다. 게임 엔진을 통해 3D 게임 뿐만 아니라 메타버스용 가상세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전 세계에 출시된 VR 게임의 70%가 유니티 엔진을 사용한다. 메타의 메타버스인 ‘호라이즌 월드’도 유니티 엔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AR 기술을 적용한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도 유니티 엔진 기반이다.

리키텔로 CEO는 메타버스의 개념을 현재 업계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해석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의 개념과 용어를 혼동한다”며 “메타버스는 실시간을 기반으로 한 다음 버전의 인터넷”이라고 했다. 실시간으로 증강·가상현실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메타버스라는 것이다. 예컨대 부엌을 인테리어할 때 가상의 공간에 실제와 똑같은 구조를 미리 만들고 인테리어를 해보는 것이나 공항과 똑같은 가상공간인 디지털 트윈(디지털 쌍둥이)을 만들어 탑승객들의 유동현황을 확인하는 것도 모두 메타버스의 활용이라고 했다. 기존 메타가 제시한 ‘사람들이 가상의 공간에 들어가 활동하는’ 메타버스보다 확장된 개념이다.

리키텔로 CEO는 “메타버스가 마치 먼 기술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늘 당장이라도 보여줄 수 있다”며 한 동영상을 틀었다. 영상에서는 사용자가 태블릿을 통해 실제 이종격투기 시합을 보면서, 버튼을 눌러 다양한 각도에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유니티 메타캐스트’ 기능이 소개됐다.

실제 이종격투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유니티의 메타캐스트 기능. /유니티 영상 캡처

그는 “3~4년 안에 모든 사물이 연동돼, 스마트글래스를 끼면 찻장을 열어보지 않아도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지금 쳐다보는 건물에는 어떤 식당이 입점해 있고 어떤 메뉴를 파는지 등을 바로 알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메타버스를 위해 아바타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리키텔로 CEO는 “가상의 공간에서 쇼핑하며 옷을 입어볼 때는 아바타가 필요하지만, 가상공간에서 연구 시뮬레이션을 할 때는 아바타가 필요 없다”며 “가족끼리 영상통화를 할 때 실제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지, 각자의 아바타를 보며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메타의 호라이즌이 유니티 엔진으로 만들어졌기에 좋아하지만, 유니티로 구현된 것이 모두 다 성공할 수는 없다”고 했다.

유니티는 지난 1일 열린 연례 이벤트인 ‘유나이트 2022′에서 사용자들이 쉽게 디지털 휴먼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사실적인 피부와 머리카락 등이 특징이다. 메타버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려는 취지다.

존 리키텔로 유니티 CEO. /김성민 기자

한국 기업과의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싱가포르에 메타버스 기반 디지털 가상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유니티와 손을 잡았다. 실제 공장을 그대로 가상현실로 옮겨 공장 운영을 고도화하고 제조 혁신을 가속화한다는 목표다. 리키텔로 CEO는 “한국은 메타버스, 게임 등 기술적 부분에서 다른 곳보다 2~3년 앞선 나라”라고 했다.

유니티의 목표는 개발자들이 더 나은 게임을 만들도록 돕고, 더 현실과 같은 가상세계를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리키텔로 CEO는 “우리는 개발자들이 실시간 프로젝트에서 더 나은 현실성을 구축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경계를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