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사업을 하고 환갑이 넘어 돌이켜보니 내가 계속 지구를 해치는 쓰레기를 만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으로 친환경 소비가 화두가 되는 걸 보고 버려도 썩는 포장재와 용기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죠.”
지난달 28일 포장재 전문 기업 KWC의 천안 공장에서 만난 신영수(62) 대표는 친환경 제품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KWC는 1990년부터 32년간 비닐 포장재를 만들어온 회사다. 컵라면 겉포장용 비닐, 페트병 라벨지 분야에선 국내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신 대표는 “CJ, 대상, 광동 같은 국내 식품 대기업 대부분에 납품하고 있고 해외시장에도 수출하고 있다”고 했다. KWC는 연매출 약 700억원, 매년 영업이익률 7~10%를 꾸준히 내는 기업이다.
KWC는 지난해부터 친환경 종이 제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 대표 주도로 1년여 연구 개발 끝에 물에 완전히 녹아 종이로 재활용이 가능한 테이프와 종이 포크·접시 같은 식기 개발에 성공했고, 지난해 100억원을 들여 천안에 새 공장을 세웠다. 지금 천안 공장에서는 각종 식품 대기업과 음식 프렌차이즈 업체가 요구한 샘플용 제품을 뽑아내고 있다. 이날 면적 2200㎡ 공장 안에서는 길이 50m에 이르는 테이프 제조 라인에서 기계들이 종이에 접착제를 붙여 돌돌 말아내고 있었다. 공장 한편에선 대량생산을 위해 50m 길이 라인 한 곳이 증설 중이었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택배용을 비롯한 각종 포장용 테이프 소비가 늘면서 환경 문제가 생기고 있다. 종이 테이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다. 그러나 신 대표는 “요즘 친환경 종이 테이프라고 나오는 제품들은 수지나 고무로 코팅을 해 제대로 재활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기존 종이 테이프는 감을 때 테이프끼리 들러붙지 않도록 폴리에틸렌 수지를 코팅한다. 폴리에틸렌이 붙어 있으면 재활용을 위해 이를 녹이는 과정에서 일일이 분리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신 대표는 “이 때문에 재활용을 못 하고 그냥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반면 우리 종이 테이프는 100% 종이만 쓰고 접착제도 물에 녹는 수성 제품이라 손쉽게 다시 종이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종이 테이프의 보급에 걸림돌은 가격이다. 종이 테이프가 비닐 테이프보다 2배가량 비싸 많은 물류나 식품 대기업들이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 테이프 시장이 5000억원 규모인데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중국산 비닐 테이프가 대다수”라며 “이를 조금이라도 대체해 환경 문제를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