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미국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에서 삼성전자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주 전시장에 1억원대 최고급 TV인 ‘마이크로LED TV’ 신제품을 전시하지 않는다. 대신 이곳에서 4㎞쯤 떨어진 한 호텔에 비공개 전시장을 차려놓고, 현지 거래처와 미디어에게만 제품을 보여준다. 삼성이 CES 주전시장에서 주력 제품인 마이크로LED를 치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TV는 스스로 빛을 내는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단위의 초소형 LED(발광다이오드)를 수백만개 촘촘히 박아서 만든 삼성의 최고 화질 TV다. 110인치 TV 판매가가 1억7000만원으로 초고가다. 삼성은 기존에 89·101·110인치 3종(種)이었던 제품을 올해 50인치부터 140인치까지 7종으로 대폭 늘렸다. 그런 주력 제품을 메인 전시장에서 제외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중국을 비롯한 경쟁 업체 관계자들이 전시장에 와서 최신 TV 두께를 자로 재고, 화면 온도까지 재본 다음 제품을 카피(복제)해서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같은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해 제한된 인원만 제품을 볼 수 있도록 부스를 따로 차린 것”이라고 했다.
거래선, 미디어용과 일반 소비자용 전시 메시지를 달리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실제로 올해 삼성은 주전시장을 과거처럼 TV·가전 등 제품군 중심이 아닌, 소비자들이 각종 기기를 편리하게 연결해서 쓰는 ‘시나리오 중심’으로 탈바꿈시켰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 ‘집에서 영화 감상’처럼 개별 시나리오에 맞게 TV, 세탁기, 냉장고, 스마트폰 등 각 제품을 골고루 배치한 것이다. 어떤게 신제품이고, 구형 제품인지 구분도 쉽지 않을 정도다. 이 때문에 올해 비스포크 가전도 처음으로 별도 전시장에 신제품을 따로 모아놨다. 삼성 관계자는 “기술 보안을 챙기는 동시에 일반 관람객에게는 기기 간 연결이 주는 강점을 최대한 강조하고, 신제품 정보와 계약이 필요한 거래처에는 별도의 전시를 제공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박순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