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방문 중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 2030년까지 인도에 260억 달러(약 34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재시 CEO가 23일(현지 시각) 모디 총리와 면담 후 “인도에 이미 110억달러를 투자했고, 오는 2030년까지 150억달러(약 19조68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이 계획엔 아마존 웹서비스의 127억달러 규모 투자가 포함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의 대체제로 떠오른 인도에 모여들고 있다. 특히 모디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은 인도에 앞다퉈 투자 약속을 했다. 모디 총리는 지난 22일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팀 쿡 애플 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등을 만났고, 23일에도 빅테크 CEO들과 개별적인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가 끝날 때마다 거액의 투자 발표가 이어졌다.

◇일론 머스크가 택한 건 인도

인도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서 탈(脫)중국화를 시도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제1 선택지가 되고 있다. UN 인구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인구수는 지난해 이미 중국 인구수를 앞질러 생산 인구가 확보된 데다가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소비 인구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에는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이 많다. 인도 역시 중국을 넘어서고 싶지만 혼자서는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미국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 외에 중국에 대항할 만한 나라가 없기 때문에 미국이 인도에 두꺼운 레드카펫을 깔아주고 있다”고 했다.

테슬라는 미국이 깔아놓은 레드카펫 맨 앞에서 인도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빅테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모디 총리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나는 모디의 팬”이라며 “인도는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 더 유망하다”고 추켜세웠다. 그는 20일 모디 총리를 만나 인도 공장 설립 구상을 직접 브리핑했다. 테슬라가 인도에서 자동차와 배터리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데 대해 고위급 간 논의가 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테슬라 전기차 생산을 위한 기가 팩토리가 인도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애플과 구글도 여기에 지지 않고 인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4월 인도에 첫 매장을 연 애플은 인도에서 애플 카드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또 지금 약 7%인 인도 공장에서의 아이폰 생산 비율을 2025년까지 25%로 늘릴 예정이고 이를 위해 애플의 협력사 폭스콘은 인도 뱅갈루루에 7억달러를 투자해 신공장을 짓고 있다. 구글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 글로벌 핀테크 운영 센터를 개설할 예정이다.

그래픽=양진경
그래픽=양진경

◇반도체 유치하려는 인도... 탈중국하려는 미국 정부

빅테크뿐만 아니라 반도체 관련 기업들도 줄줄이 인도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미국과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는 인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인도 정부의 반도체 인센티브 제도는 7600억루피(약 12조원) 규모에 이른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지난 22일 인도에 반도체 조립 및 테스트 시설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27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모디 총리의 고향인 구자라트주에 건설할 예정이다. 인도 정부는 1100억루피 상당의 인센티브를 지급할 계획이다. 이날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도 인도에 4년간 4억달러를 투입해 반도체 제조 장비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둔 엔지니어링 센터를 짓겠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의 인도 공장 설립 계획은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들에 인도 투자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