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미래의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이 될겁니다. 마치 송전 네트워크, 통신망처럼요.”
15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옆 하얏트 호텔의 연회장. 이날 이곳에서 한국투자공사(KIC)와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이 함께 주최한 ‘테크 인베스트먼트 아웃룩’ 포럼에 연사로 나선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역사적으로 증기 동력이 전력으로 교체되며 현대식 공장이 출현했듯이, AI는 산업의 틀을 완전히 새로 짜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지금 나스닥에 상장된 톱100 기업 중 대부분이 통신망이 나타난 이후 만들어진 ‘디지털 네이티브’ 업체들인데, 앞으로는 ‘AI 네이티브 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의 주제는 ‘향후 10년간 유망한 벤처투자 분야 및 전망’이었다. 윤 CSO와 함께 토론자로 참석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최대 벤처캐피탈(VC) 중 하나인 업프런트의 마크 서스터 대표, 실리콘밸리 VC인 제너럴 캐털리스트의 홀리 말로니 대표, 46년 역사를 지닌 VC NEA의 릭 양 대표는 모두 ‘AI는 한때의 붐으로 그친 블록체인, 메타버스와 다르게 확실한 미래 유망종목’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스터 대표는 “‘미래는 이미 도착했지만,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말을 좋아한다”며 “실제로 AI는 이미 현실이다. 샌프란시스코 도로를 질주하는 로봇 택시들을 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는 AI 자동화를 안쓰는 업체들은 다른 업체들과의 생산률 경쟁에서 이기질 못할 것”이라며 “어느 한 분야가 아닌 모든 분야에서 AI가 융합될 것이다”라고 했다. 양 대표 역시 “수많은 산업에서 일을 효율화하는게 너무나도 중요한 시점”이라며 “AI는 향후 초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한 차례 투자 열기가 지나간 블록체인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공유했다. 서스터 대표는 “블록체인은 최악의 데이터베이스로, 분산 저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효율적으론 엉망”이라면서도 “다만 ‘탈중앙화’에 의미가 있는 것이고, 이를 적절하게 사용한 용례가 나온다면 다시 주목 받을 것”이라 했다. 윤 CSO는 “게임 업계에서는 AI로 게임 속 기본 인물(NPC)의 대화 생성을 자동화 하는 등 실제로 AI의 용처는 많다”며 “블록체인은 그와 다르게 실질적인 용처가 없는 상황으로, 다시 붐이 일 수 있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미국과의 갈등으로 첨단 기술 투자 제한이 걸린 중국을 대체할 곳으로는 한국이 꼽히기도 했다. 서스터 대표는 포럼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혁신 본능’이 있는 나라”라며 “지금의 지정학적 갈등에서 미국은 한국, 일본, 대만 등과 더 가깝게 뭉칠 것이고, 이는 혁신 기술과 투자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다만 그는 “한국 기업들에 관심이 많지만, 나는 한국에서만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의향은 없다”며 “한국에서의 사업에 대해선 한국 VC들 보다 잘 알수도 없고, 경쟁 자체가 안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태초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사업을 우선전으로 살필 것이고, 미국 진출을 고려하는 유망 스타트업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실리콘밸리 벤처 관련 투자기관, 자산운용사, 기업 벤처캐피탈(CVC) 등 국내 금융기관의 투자 전문가 및 스타트업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윤상수 총영사는 환영사를 통해 “이번 포럼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한국과 미국의 투자자·스타트업이 향후 10년간 유망한 벤처 투자 전망에 대해 논의하는 의미 있는 자리”라며 “글로벌 국제금융 투자 협력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