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탑재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구글, 샤오미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 기업들이 일제히 생성형 AI 제품을 내놓거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같은 하드웨어 성능을 차별화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서비스로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조사 업체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모바일 AI 시장은 848억달러(약 11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스마트폰에 생성형 AI 장착
삼성전자는 지난 31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내년 출시하는 스마트폰에 사용자들이 많이 쓰는 핵심 기능 위주로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첫 적용 대상은 내년 초 출시할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작 ‘갤럭시S24′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폰에 탑재됐던 AI 비서 ‘빅스비’를 업그레이드한 AI를 카메라·통화·검색 등 자주 사용하는 기능에 우선적으로 넣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가 사용자가 평소 사진을 보정할 때 선호하는 색감·효과를 알아서 적용하거나, 음성으로 맛집·날씨 등을 검색하면 자주 이용하는 검색 앱에서 찾아주는 식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AI 앱을 열지 않고도 간편하게 대화형 검색 이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들도 생성AI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다. 구글은 최근 스마트폰 신제품 픽셀8을 공개하면서 “생성형 AI 시대를 위해 제작된 최초의 스마트폰”이라고 했다. 생성형 AI로 사진 속 피사체의 위치와 크기를 조정할 수 있고, 사람의 표정도 바꿔준다. 애플은 생성형 AI 제품 개발에 연간 10억달러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애플은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LLM) ‘에이잭스’를 개발해 챗봇인 ‘애플GPT’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이 애플GPT를 음성 비서 시리, 메시지, 애플뮤직 등에 통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 업체들도 생성형 AI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퀄컴은 지난달 최신 AP ‘스냅드래건8 3세대’를 공개했다. 처음으로 생성형 AI에 최적화해 설계한 AP 제품이다. 최대 100억개 매개변수의 생성형 AI 모델을 지원하고 이전 세대보다 처리 성능이 98% 개선됐다. 퀄컴의 AP는 삼성, 샤오미 등 주요 스마트폰에 들어간다. 삼성전자의 자체 AP 엑시노스2400도 AI 성능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부진 돌파구 될까
생성형 AI 탑재 경쟁의 배경엔 스마트폰 시장 부진이 있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2년에서 5~6년 정도로 늘어나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9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3, 플립·폴드 등 신제품 출시로 3분기 실적은 선방했지만, 글로벌 출하량 감소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애플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애국 소비 열풍이 불면서 아이폰 판매량이 감소한 데다, 화웨이와의 경쟁에서도 밀리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1일 ‘애플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지속될 수 있다’는 기사에서 “애플에 겨울이 일찍 찾아왔고, 겨울은 꽤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AI가 스마트폰 활용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만큼, 제조사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