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SK텔레콤이 자사 AI 비서 앱 ‘에이닷’에 추가한 아이폰 통화녹음 서비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역설적으로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에이닷은 통화를 녹음하고, 인공지능(AI)을 통해 녹취록과 요약본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기존 통화 녹음 기능이 없는 아이폰에 적용할 수 있어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사인(私人) 간 통화를 제3자인 기업이 녹음하고 이를 문자로 풀어낸 녹취록과 내용 요약본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및 침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음성 통화 데이터가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기업의 서버에 저장되는 경우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이용 목적을 명확하게 밝히고 동의를 받았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최근 AI를 활용해 통화·회의·대화 등을 녹음하고 요약하는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이 같은 우려는 확대되고 있다. SK텔레콤의 에이닷뿐 아니라 네이버의 클로바노트, 온라인 화상회의 줌(zoom)의 AI 컴패니언 등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들은 “기술적, 정책적으로 이용자의 대화 내용이 유출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용자들의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그래픽=박상훈

◇아이폰 통화녹음 어떻게?

SK텔레콤이 그간 불가능했던 아이폰 통화녹음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일반 음성통화에 사용되는 이동통신망이 아닌 데이터망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의 경우 기존 이동통신망을 통해 통화 중 녹음을 한다. 하지만 아이폰은 이 방식이 막혀 있다. 대신 SK텔레콤은 데이터망으로 전화를 돌려서 녹음하는 방식을 택했다. 데이터망을 활용해 통화하는 카카오톡 보이스톡 같은 구조를 택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이 방식으로 통화 음성을 녹음하고, 이를 텍스트로 바꿔 제공하고, 요약 서비스도 제공한다. 별도의 비용 없이 무료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환호했지만 곧바로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튀어나왔다. SK텔레콤이 은밀한 통화 내용을 자기네 서버에 저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통화 녹음 파일이 아이폰 에이닷 앱에 저장되고 서버에는 저장되지 않는다”고 했다. 통화 녹음 파일이 텍스트로 변환된 뒤 SK텔레콤 서버로 해당 파일이 전송되고 AI를 활용해 요약한 뒤에는 즉시 삭제되는 구조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원하는 이용자의 경우 AI 데이터 학습에 통화 내용이 쓰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버에 저장? 데이터 학습은?

강연, 대화 등 녹음 파일을 텍스트로 변환해 요약까지 제공하는 네이버 클로바노트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여 있다. 클로바노트는 이용자가 업로드한 녹음 파일과 텍스트로 바꾼 데이터가 기본적으로 네이버 서버에 저장된다. 이용자 동의에 따라 AI 학습 데이터로도 쓴다. 다만 비식별화 처리가 된다는 게 네이버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어떤 사람이 어떤 녹음을 했는지 알 수 없게 계정과 파일 연동을 끊는 비식별화 처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외국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온라인 화상회의 서비스 줌은 AI를 활용해 회의 내용을 요약하는 기능을 담은 ‘AI 컴패니언’ 서비스를 내놨다. 출시 두 달 만에 사용자수 12만5000명, 미팅 요약 100만건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제기됐고, 줌은 “AI 모델을 활용하기 위해 이용자의 오디오, 비디오, 회의 화면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공식 해명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가상 서버)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AI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개인정보 저장과 유출 우려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