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주도해서 우주를 개발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버진 갤럭틱 3강(强)의 치열한 경쟁 끝에 스페이스X의 압승으로 기울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및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등 세 사람의 억만장자가 2000년대 초·중반 뛰어든 우주 사업이 기술력과 전략 차이로 20여 년 만에 성과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는 것이다. 적수가 없어진 머스크 스페이스X CEO의 막강한 ‘우주 권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버진 갤럭틱, 투자 중단된다
4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버진 갤럭틱 주가는 17.52% 하락한 1.93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버진 갤럭틱 소유주인 리처드 브랜슨이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더 이상 (돈을 계속해서 주는) 깊은 주머니(deepest pocket)는 없다”며 “그들은 스스로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 후폭풍 때문이었다. 브랜슨의 버진 그룹은 항공·여행사들이 주축이다. FT는 “코로나 이후 여행 사업에 큰 타격을 입은 억만장자가 버진 갤럭틱 추가 투자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라고 전했다.
민간 우주 여행이 주요 사업 모델인 버진 갤럭틱은 2004년 설립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누적 적자가 10억 달러(약 1조3100억원)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지금까지 총 6회의 민간인 우주 여행을 성공시켰지만, 한 번에 3~6명의 소수 승객을 태운 게 전부라 발사를 할 때마다 손실이 나는 구조다.
버진 갤럭틱은 지난달 ‘돈 먹는 하마’인 상업 운항을 1년 반 동안 중단하고, 대규모 감원을 감행했다. 고도 100㎞ 이상의 우주 대기권 근처까지 관광객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대형 우주선 ‘델타’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이유였다. 지난 4월 버진 갤럭틱에서 분사한 위성 발사 업체 ‘버진 오빗’이 수차례 임무 실패 후 파산한 가운데 무모한 베팅을 멈추고 극단적인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버진 갤럭틱이 추가 투자 없이는 제대로 된 기술 개발 및 사업 개진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도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무인 캡슐 장착 로켓 발사에 실패하고, 올 6월 로켓 엔진이 발사 테스트 도중 폭발했다. 지난해 60회에 달하는 팰컨9 로켓의 발사에서 성공률 100%를 자랑한 스페이스X와 극명하게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기술 면에서 스페이스X를 따라잡지 못하자 지난 9월에는 돌연 밥 스미스 CEO를 경질하고, 아마존에서 디바이스·서비스 부문을 총괄한 데이브 림프 수석 부사장을 신임 CEO로 앉혔다. 최근에는 블루 오리진의 자매사인 아마존이 자사 인터넷 위성 ‘카이퍼’를 스페이스X 로켓으로 쏘아 올리기로 계약하며 체면을 구겼다.
◇스페이스X, 뉴 스페이스 제왕 군림하나
전문가들은 이미 ‘뉴 스페이스’ 경쟁에서 블루 오리진과 버진 갤럭틱이 스페이스X를 따라잡기 힘들다고 평가한다. 두 회사가 ‘민간인의 우주 여행’이라는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사이 스페이스X가 당장 돈이 되는 위성 인터넷 사업 ‘스타링크’에 집중한 것이 차이를 만들었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사업이 이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올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안에 기업 전체의 손익 구조가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마존도 뒤늦게 위성 인터넷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5000대가 넘는 위성을 발사해 시장을 선점한 스페이스X를 뛰어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켓 발사에서도 매주 한 번씩 로켓을 쏘아 올릴 만큼 기술력이 안정된 데다, 단순한 우주 대기권 여행이 아닌 달·화성 탐사 프로젝트 ‘스타쉽’의 실제 발사에도 도전할 만큼 압도적이다. 최고 56달러에 달했던 주가가 1달러대 ‘휴지 조각’이 된 버진 갤럭틱과 다르게, 스페이스X의 기업 가치는 1500억 달러(약 200조원)으로 높아졌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우주 기술에 있어 머스크와 스페이스X를 따라 잡을 민간 기업이 없다”며 “스타링크로 전장의 판도까지 좌우하는 머스크의 영향력을 앞으로 어떻게 견제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