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가 지난 6월 14일(현지시간)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 본부 회의장에서 유럽연합(EU) 내 인공지능(AI)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 협상안을 표결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이날 본회의 표결에서 협상안이 찬성 499표, 반대 28표, 기권 93표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2023.06.15/AFP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AI(인공지능)에 대한 규제 법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AI 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규제 법안이 나온 세계 첫 사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27국 대표들과 유럽의회 의원들은 7일(현지 시각) 10시간가량 논의를 거쳐 AI 규제안인 ‘AI 규제법(The AI Act)’ 제정에 잠정 합의했다. 미국·아시아에 비해 AI 산업에 대한 강한 규제를 주장했던 유럽은 이번 규제안에서 AI 기술의 위험 정도에 따라 4가지 등급으로 나눠 규제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특히 가장 강한 등급인 ‘용인할 수 없는(unacceptable) 위험’으로 안면 인식 기술을 선정하고 기술 활용 분야를 국가 안보 등으로 제한했다. 블룸버그는 “서방에서 가장 광범위한 AI 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U의 AI 규제안에서 안면 인식은 가장 큰 쟁점이었다. 생체 정보 중 가장 민감한데 기업들이 이를 무분별하게 수집해 AI 개발에 활용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얼굴 정보를 민간 결제 서비스에 활용하는 등 안면 인식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중국도 최근 개인 정보 보호 요구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 차원에서 기술 적용 범위를 축소하기로 했다.

EU는 또 기업이 AI를 학습시키는 데 사용한 데이터를 문서로 명시하고, AI의 잠재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을 외부 연구진을 통해 감사받도록 의무화했다. AI 시스템의 모둔 구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것이다.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대한 표시도 의무화하도록 했다. AP통신은 “EU의 AI 규제법은 자동차나 장난감, 화장품과 마찬가지로 AI라는 제품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고 전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이번 규제는 주요국에서 추진 중인 AI 규제 방안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반면 한국은 여전히 AI 산업에 대한 탈규제만 외치고 있어 세계 흐름에 뒤처질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