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 네덜란드 장비 업체 ASML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삼성전자는 ASML 투자로 원금의 약 8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9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3분기까지 보유하고 있던 ASML 주식 158만407주(0.4%)를 모두 처분했다. 매각 금액은 1조2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ASML 주식 매각을 통해 2분기 약 3조원, 3분기 약 1조3000억원을 마련했다. 2023년에만 약 5조5000억원을 마련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차세대 노광 장비 개발 협력을 위해 ASML 지분 3%를 약 7000억원에 매입했다. ASML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만들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회사다. 삼성전자는 2016년 투자비 회수 차원에서 지분 절반을 매각해 6000억원을 확보했다. 이후 ASML 지분을 보유하다가 가치가 상승하자 지난해 잇따라 지분을 매각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2016년과 2023년 ASML 지분 매각으로 마련한 금액은 총 6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약 770%의 수익률을 보인 셈이다.
ASML 지분 매각은 미래 기술에 투자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전자 기기 수요 감소 등으로 반도체 사업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최근 반도체 업황이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만, 대만 TSMC 등 해외 기업들과의 기술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확보한 자금은 인재 영입과 첨단 공정 개발 등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