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위 파운드리 업체 SMIC 상하이 공장 내부 모습. /SMIC 제공

미국의 주도로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고립된 중국이 막대한 자본과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성과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규제가 시작될 때만 해도 반도체 업계는 “중국 반도체 굴기가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보이던 중국 정부의 보조금과 지원책이 기술 발전이라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SMIC는 작년 7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첨단 공정으로 만든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했다. 현재 최신 아이폰이나 갤럭시 같은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된 3~4나노 칩보다는 떨어지지만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도 기술 진보를 이룬 것이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YMTC도 작년 232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최고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을 턱밑까지 추격한 수준이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자 미국은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를 비롯해 6개 반도체 업체를 추가로 블랙리스트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미국의 압박에도 중국 반도체 산업이 붕괴되지 않고 성장하는 배경엔 중국 공산당의 막대한 자금 지원이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8일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인 ‘국가직접회로산업투자펀드’의 3번째 펀드 조성에 나섰다. 그 규모가 270억달러(약 35조9000억원) 이상이다. 3차 펀드에는 중국 지방 정부와 투자 회사, 국가개발투자공사(SDIC) 같은 국영 기업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14년 25조7000억원 규모의 1차 펀드, 2019년 37조원 규모의 2차 펀드를 조성하는 등 지난 10년간 SMIC, YMTC 등 122개 자국 반도체 기업에 돈을 쏟아부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술은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발전한다”면서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발전 속도를 늦출 수는 있겠지만, 결국 정부가 의지를 갖고 무한정에 가까운 자원을 쏟아붓다 보면 중국 기업들도 새로운 활로를 찾아내면서 자력으로 첨단 반도체를 계속 개발해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