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손자 회사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가 15일부터 재택근무를 철회하고 주 4일 출근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당초 메타버스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재택근무가 잇따라 도입되면서, 기업들의 원격 근무 등을 지원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런 서비스를 개발하는 회사가 사무실 출근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네이버제트 관계자는 “대면 근무가 다시 일상화되면서, 메타버스도 이에 맞게 개발할 필요가 생겼다”며 “직접 사무실 근무를 하면서 보완할 부분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는 주요 IT 기업 중에서도 마지막까지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업체다. 2022년부터 1년 단위로 매년 7월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할지 결정해 왔는데, 이를 앞두고 계열사 한 곳이 사무실 근무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주요 기업들이 사무실 근무로 복귀하고 있다. 다만 네이버는 “네이버제트의 독립적인 결정이라 네이버 전체 방침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일러스트=김성규

코로나 기간 재택근무를 했던 국내 IT 기업들은 대부분 지난해부터 사무실 근무로 돌아갔다. 네이버와 함께 국내 양대 인터넷 기업으로 꼽히는 카카오는 작년 3월 사무실 출근을 기본으로 하는 근무 제도 ‘카카오 온(ON)’을 도입했다. 지난달 공식 취임한 정신아 신임 대표는 대표 내정 직후 가진 임직원 간담회에서 ‘오피스 퍼스트(사무실 근무 중심)’ 제도가 기본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부서별로 재량껏 재택근무도 할 수 있지만, 대부분 직원이 사무실로 나온다”고 했다. 작년 1월 전면 재택근무를 허용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은 올해 들어선 주 1일 이상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하반기부턴 주 2회 이상 출근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미국에서도 재택근무를 끝내고 사무실 근무로 돌아가는 흐름이 뚜렷하다. 페이스북 등을 운영하는 메타는 코로나 기간 재택근무를 시행하다 지난해 9월부터 주 3일 이상 사무실 근무를 의무적으로 하고 있다. IBM과 유비소프트, 로블록스 등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한 엔지니어는 “이제는 주 3일도 아닌 주 4일 근무를 요구하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5월부터 최소 주 3일 사무실 출근을 직원들에게 요구하면서, 재택근무를 고수하려는 직원들에게는 승진이나 인사 평가에 불이익이 될 수 있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재택근무가 끝나면서 기업들은 돌아오는 직원들이 사용할 사무실을 마련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아마존은 시애틀 근교 밸뷰에 있는 42층짜리 오피스타워 ‘소닉’의 건설을 재개하기로 했다. 팬데믹 시기 재택근무 전환으로 사무실 수요가 급감하면서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아마존은 이곳을 포함해 밸뷰 지역의 5개 건물과 버지니아, 내슈빌의 새 사무실 건설 작업을 코로나 기간 중단했었다. 아마존은 “올해 말 건물이 완공되면 소닉에 4500명 이상의 직원을 수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시애틀 본사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MS 관계자는 “코로나 시절 공사가 잠시 중단된 적 있지만, 대부분 사람이 사무실로 복귀하기 시작하면서 공사도 이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IT 기업들이 대면 근무로 돌아서는 이유는 직원 간 협업 약화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한 게임 업체 고위 관계자는 “게임 제작을 위해서는 활발히 토론하면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데, 화상회의로는 한계가 있다”며 “재택을 하더라도 일주일에 최소 며칠은 사무실에 모여 근무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알게 모르게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문화가 없어지는 것도 회사 경영진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한 소프트웨어 업체 임원은 “직원들이 같이 어울려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선후배 간 업무 노하우가 전수되기도 하는데, 재택근무를 하면 그런 것이 완전 단절된다”며 “오히려 젊은 직원 중에서 사무실 근무를 선호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