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5분기 만에 반도체 부문에서 흑자를 기록하면서 반도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 시장에서 한발짝 앞서간 경쟁자들을 따라잡고, 아직 적자인 비메모리 분야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최시영 사장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3.6.28/뉴스1

현재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4세대 HBM(HBM3)을 공급하는 회사는 SK하이닉스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세대 HBM 경쟁에서 밀리며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넘겨줬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HBM3E) 시장 주도권은 놓칠 수 없다며 양산 시기를 상반기 중으로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5세대 HBM 중 최대 용량인 36기가바이트 제품을 최근 선보였고,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고성능 AI 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라이벌과 기술적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AI 가속기 ‘마하-1′을 내년에 출시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AI가속기는 AI를 구현하고 실행하는 데 특화한 하드웨어다. 이 분야는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비메모리 분야 실적도 끌어올려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및 시스템LSI 분야는 1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적자 폭은 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주요 공급처인 스마트폰과 PC 시장이 2022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자체 설계·생산하는 스마트폰용 AP(두뇌 역할을 하는 칩) ‘엑시노스’ 반등도 시급하다. 엑시노스 설계를 맡은 시스템LSI 사업부, 생산을 맡은 파운드리 사업부, 스마트폰을 만드는 MX사업부가 모두 엑시노스 성능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엑시노스2300의 성능 저하 문제로 갤럭시S23 시리즈에 엑시노스 대신 퀄컴의 스냅드래건 AP를 장착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엑시노스 성능을 끌어올려 갤럭시S24시리즈에 탑재했다. 오는 하반기 출시될 폴더블폰 갤럭시Z 시리즈도 엑시노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진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High Bandwidth Memory’의 약자로, D램 반도체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개선한 메모리 반도체를 말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연산할 뿐 아니라 추론까지 빠른 시간 내에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HBM이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