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가구거리인 ‘코르소 셈파오네’ 지역. 이탈리아 대표 주방 가구 브랜드 스카볼리니, 루베 매장에 들어서니 이 브랜드들 가구에 꼭 들어맞는 빌트인(매립형) 냉장고와 오븐이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전시돼 있었다. 삼성전자가 이탈리아 가구에 딱 맞춰 생산한 제품들이다. 삼성전자 이탈리아 법인 석혜미 프로는 “유럽 빌트인 가전 시장은 가구에 얼마나 딱 들어맞는 제품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며 “1㎜ 차이가 유통망 진출 여부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탈리아 가전 시장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세탁기와 냉장고 부문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보쉬, 지멘스, 일렉트로룩스, 밀레 등 유럽 전통 가전 브랜드를 누르고 유럽 진출 14년 만에 거둔 성과다. 삼성전자는 현지 주요 명품 가구 브랜드와 협업을 하는 한편 유럽에 맞는 전용 제품을 개발하며 시장을 공략했다. 오븐 내부 공간을 둘로 나눠 메인 요리와 디저트 등 두 가지 요리를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설계된 ‘듀얼 쿡 플렉스’ 오븐이 대표적이다. 삼성 관계자는 “집이 좁은 유럽 가정에서는 아직도 스탠드형 냉장고가 일반적인 데다가 가구 업체들이 요구하는 스펙(세부 사양)과 크기에 맞게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가구에 딱 맞게 냉장고 개발과 디자인을 다시 해야 하고 생산 라인을 새로 만들어야 해 어지간한 기술로는 여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현지 가구 유통망을 뚫는 게 관건이다. 유럽에선 대부분 가구를 먼저 짜고 여기에 맞는 가전을 고르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가구 업체는 브랜드의 톤과 맞는 가전을 고객들에게 함께 추천해 주는데 삼성전자는 유럽 현지에 빌트인 전담 영업조직을 두고 있다. 석 프로는 “엄마와 할머니가 예전부터 쓰던 보쉬와 밀레 등의 전통 브랜드를 자녀도 그대로 사서 쓰는 식이었지만 최근에는 젊은 자녀 세대를 중심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