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 MS 본사에서 열린 '빌드 2024'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MS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21일 공개했다. AI 기능이 내장된 PC 코파일럿+(플러스)를 비롯해 회사의 팀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팀 코파일럿’, 회사 업무를 돕는 사무용 AI 비서 ‘코파일럿 AI에이전트’ 등 종류만 50가지가 넘는다. 이들의 특징은 회사 업무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앞서 공개한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나 오픈AI의 ‘챗GPT’ 등이 사용자 개인의 편의성을 강조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는 MS가 PC 운영체제(OS)인 ‘윈도’와 워드·엑셀·파워포인트 등이 포함된 사무 도구 ‘MS 365′를 중심으로 성장한 B2B(기업 대 기업) 기업이라는 것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 MS 본사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 ‘빌드(Build) 2024′ 기조연설자로 나선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AI 서비스들이 여러분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등장한 워드·엑셀·파워포인트처럼 AI가 직장인의 업무 방식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것이라는 예고다. 테크업계 관계자는 “업무 관련 AI 서비스들은 훨씬 실용적이고, 주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유료 서비스인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며 “AI 서비스 확산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상훈

◇기업서 ‘1인분’ 역할 하는 AI 비서

이날 MS는 코파일럿을 활용해 이용자가 원하는 작업을 수행할 ‘AI에이전트’를 직접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파일럿은 MS가 개발한 AI 모델의 이름이다. 나델라 CEO는 “앞으로 이용자들은 코파일럿에 원하는 작업을 설명하기만 해라. 그러면 당신을 대신해 적극적으로 일할 AI를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MS는 신입 사원의 회사 적응을 지원해주는 AI에이전트를 시연해 보였다. 입사 후 단계별로 AI가 필요한 공지를 자동적으로 발송하고, 교육 과정도 챙긴다. 신입사원이 해야 하는 구체적인 작업도 AI가 지시한다. AI는 별도의 명령이 없이 자동으로 이런 일을 수행한다. 일일이 신입사원의 일정을 확인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인사 부서의 업무가 대폭 줄어든다. 라제시 자 MS 수석 부사장은 “이 같은 AI 비서는 또 하나의 직원처럼 작동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1인용으로만 제공됐던 코파일럿을 앞으로 팀 단위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MS는 이날 팀별 일정·회의 등에 유용한 ‘팀 코파일럿’을 새롭게 공개했다. 화상회의 중에 AI가 팀원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회의록을 정리하고, 프로젝트 진행 단계를 챙겨 다음 안건을 제시하는 등 팀 업무를 보조한다. MS는 이 같은 서비스들을 연말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MS, 애저에 GPT-4o 탑재

21일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 MS 본사에서 열린 '빌드 2024'에 깜짝 출현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왼쪽)가 케빈 스콧 MS CTO와 AI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MS

오픈AI의 최대주주인 MS는 이날부터 오픈AI의 최신 AI모델인 ‘GPT-4o(포오)’를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에 탑재한다고도 밝혔다. ‘GPT-4o’는 인간처럼 실시간으로 세상을 보고, 듣고, 말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엔지니어들은 AI 모델 개발을 돕는 ‘애저 AI 스튜디오’에서 속도가 크게 향상된 GPT-4o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성능이 비슷한 AI 모델 중 가장 빠른 속도를 갖춘 GPT-4o는 클라우드 사용 시간별로 비용을 지불하는 엔지니어들에게 엄청난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GPT-4o를 쓰기 위해 애저를 선택하는 고객들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3대장’으로 꼽히는 아마존·MS·구글 가운데 클라우드 서비스에 GPT-4o를 탑재한 것은 MS가 처음이다.

행사 끝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무대에 깜짝 나타났다. 최근 일주일 동안 최고 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의 사임, 사내 안전팀 해체, 배우 스칼릿 조핸슨의 목소리를 무단으로 AI에 학습시켰다는 의혹 등에 시달렸던 그는 “당신에겐 참 긴 일주일이었을 것”이라는 참석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진 않았지만, “AI 모델들은 무조건 더 똑똑해질 것”이라고 했다. 언론들은 그의 발언에 대해 인간 같은 범용인공지능(AGI)이 곧 나올 것이라는 예고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