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이달 들어 “대만이 미국서 반도체를 가져갔으며 그들은 방위비를 분담해야 한다”고 발언한 후, 중국과 대만 반도체 업계는 ‘트럼프 리스크’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특히 지금도 미국 정부로부터 강력 제재를 받는 중국 반도체 설계 업체들은 반도체 제재가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과거 화웨이처럼 TSMC 주문이 막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삼성전자를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경기 화성시 반도체 공장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들여다보고 있다. /삼성전자

29일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설계 업체들이 미국이 보다 엄격한 통제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재고 확보 차원에서 TSMC 주문을 미리 늘리는 한편, 양안간 칩 거래를 원천 차단하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삼성전자에 칩 주문을 이전하는 ‘플랜B’를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일보는 현지 공급망을 인용해 “일부 중국 칩 설계 업체들이 삼성전자에 발주하기 시작했으며, 향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더 엄격한 통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먼저 대응해야 한다며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기준 파운드리 점유율 13%(카운터포인트리서치)로 TSMC(62%)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빅테크 고객들이 3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 TSMC로 쏠리면서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의 생산능력이 초과될 경우 삼성으로 주문이 몰릴 수 있다”며 “고객사 확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단 중국 업체들의 우선순위는 대만 TSMC다. 이들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우선 TSMC 발주량을 늘리고 있다. 대만 공상시보는 최근 “중국 칩 업체들의 ‘초긴급’ 발주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들은 40%에 달하는 웃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중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TSMC 중국 본토 고객들은 비축을 위해 미리 몰리는 것이다. TSMC의 주요 중국 고객은 비트메인, 알리바바, ZTE 등이 있다.

실제로 2020년 9월 화웨이 제재가 실시되기 전 화웨이의 TSMC 주문은 그해 8월 역대급으로 몰렸다. 이때 대만의 대중 반도체 수출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