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세대 여성들을 겨냥한 패션 플랫폼 ‘퀸잇’을 만든 동갑내기 최희민·홍주영(35) 라포랩스 공동 대표가 종종 접하는 반응이 있다. “여성인 줄 생각했는데 둘 다 남성이네요?” 퀸잇이 중년 여성들 취향에 맞는 인기 앱인 데다, 대표 이름만 보고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라포랩스는 서울대 경영학과 동기인 두 공동 대표가 2020년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기존 패션 플랫폼들이 젊은 세대를 공략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을 때, 라포랩스는 중년 여성의 지갑을 열게 하는 패션 플랫폼 ‘퀸잇’을 열었다. 최희민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온라인 쇼핑으로 옷을 사게 된 어머니가 ‘젊은 취향의 의류만 있더라’며 불만을 토로하셨다”며 “이 말씀을 듣는 순간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개발에 착수해 한 달 만에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매년 50%가 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퀸잇은 지난해에는 47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희민(왼쪽), 홍주영 라포랩스 공동대표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라포랩스의 패션 플랫폼 '퀸잇'은 4050세대 여성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차별화를 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라포랩스 본사에서 두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는 장면이다. /박상훈 기자

◇실패한 사업들이 성공의 밑거름

두 대표가 첫 창업으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라포랩스 창업 전에 실패의 쓴맛을 여러번 경험했다. 첫 사업은 매주 두 번씩 경제 뉴스를 요약 정리해 이메일로 보내주는 서비스였다. 10만명이 넘는 회원을 모으며 성공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지만,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해 서비스를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두 대표는 각각 로스쿨 입학과 SK텔레콤 입사로 흩어졌지만, 1년도 채 안 돼 다시 모여 새 일을 시작했다. 인공 토양에 식물을 심어 판매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식물 관리와 분갈이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해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 또 화장품 샘플을 모아 동남아시아에 판매하기도 했지만 위생 허가 등에 부딪히기도 했다. 홍주영 대표는 “각자 회사에 다니며 조금씩 돈을 모아 창업하고, 실패하면 다시 회사에 취직해 월급을 모으는 일을 반복해왔다”면서 “나중에는 ‘될 때까지 해본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이들이 돈을 모아 다시 창업에 뛰어든 것은 2020년 5월이었다. ‘2년만 더 해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뭉친 두 사람은 “이번에는 시장이 원하는 사업을 해보자”며 사업 아이템을 물색했다. 갈수록 시니어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4050 취미 모임을 위한 플랫폼’ ‘방문 요양 플랫폼’ ‘시니어 보험’ 등에 도전했다. 최 대표는 “이런 경험이 쌓여 결국 ‘4050 패션 플랫폼’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했다.

두 대표는 연쇄 창업으로 칠전팔기한 비결로 좋은 ‘팀’을 강조했다. 함께 일한 개발자 등 직원들이 낙담하지 않고 회사를 떠나지 않아 곧바로 다음 사업에 도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이 밖에도 정부의 ‘재도전 창업 패키지’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는 등 기존 제도를 적극 활용한 덕분에 수많은 실패에도 빚을 지지 않고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했다.

◇매주 4050 사용자 초대해 피드백 생중계

라포랩스는 4050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맞춤형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제품명부터 결제창까지 글자 크기를 키웠고, 다른 패션 플랫폼에는 없는 ‘88사이즈’도 들여왔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기 위해 지금도 매주 4050 여성 이용자를 회사로 초대해 퀸잇을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는지 듣고, 이를 모든 사원에게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홍 대표는 “이렇게 실제 이용자가 불편해하는 지점을 찾아 서비스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라포랩스는 패션 분야에서 이룬 성공 방정식을 다른 분야에 적용해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22년 자회사 ‘라포테이블’이 선보인 신선식품 장보기 앱 ‘팔도감’은 지난 6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최 대표는 “일본 진출 등을 추진 중이고, 향후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