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MS의 인공지능(AI) PC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I PC 시장이 커지자 PC의 두뇌인 프로세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PC 제조 업체 델테크놀로지스는 지난달 인텔의 AI PC 프로세서인 ‘코어 울트라 200V(루나레이크)’를 적용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코어 울트라 200V 프로세서는 NPU(신경망처리장치)가 탑재돼 초당 최대 48조번의 연산을 수행하고, 전작 대비 전력 효율성을 40% 높인 것이 특징이다. 델 외에도 HP·삼성전자 등 주요 PC 제조 업체들은 AI 전용 프로세서를 탑재한 PC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AI PC 시장이 커지면서 PC의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세계 AI PC 출하량은 전년보다 99.8% 증가한 4300만대에 달하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165.5% 증가한 1억140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AI PC란 새로운 시장이 열리자 반도체 기업들도 고성능 프로세서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 장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래픽=이진영

◇AI PC 두뇌 경쟁

PC나 모바일의 작업을 수행하는 프로세서는 지금까지 크게 2개의 진영으로 나눠져 있었다. PC는 인텔과 AMD, 모바일은 퀄컴과 미디어텍이 장악했다. 설계 표준도 PC는 ‘x86′, 모바일은 ‘ARM’으로 뚜렷이 갈렸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모바일에 주로 사용되던 프로세서가 AI PC에도 탑재할 수 있게 됐다. PC와 모바일로 양분됐던 프로세서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기존 PC 프로세서를 만들던 인텔·AMD의 x86 진영과 모바일 표준이었던 퀄컴·미디어텍의 ARM 진영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새롭게 열린 AI PC 프로세서 시장의 표준을 장악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인텔의 AI PC 프로세서 코어 울트라 200V는 20개 이상의 PC 제조사에서 출시할 80여 종 이상의 AI PC에 탑재될 예정이다. 인텔은 “전력 소모를 최대 50%까지 낮추고 NPU의 성능은 이전 세대보다 최대 4배 강력해졌다”고 했다. AMD가 출시한 프로세서 ‘라이젠 AI 300′ 역시 초당 50조번의 연산 성능을 갖췄다. 이 제품은 HP·레노버, 에이수스의 AI PC에 탑재됐다.

모바일 프로세서 강자인 퀄컴도 AI PC 시장에 적극 뛰어들었다. 퀄컴의 ‘스냅드래건 X 엘리트’는 NPU를 탑재해 초당 45조회 연산을 수행한다. 기존 저전력·고효율 장점에 PC용 업무를 수행할 정도로 성능을 높인 것이다. 퀄컴은 “생성형 AI를 PC 기기에서 직접 실행할 정도의 처리 능력을 갖췄다”고 했다. 스냅드래건 X 엘리트는 삼성전자의 AI PC ‘갤럭시 북 4 엣지’에 들어간다. 대만 미디어텍도 마이크로소프트(MS)의 AI PC에 탑재할 ARM 기반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트너는 “PC 시장의 중심이 AI PC로 이동함에 따라 x86의 지배력은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급형 AI PC로 확대

AI PC 프로세서 경쟁은 보급형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성능은 조금 낮추더라도 단가도 낮은 제품을 많이 보급해 AI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 업체들의 전략이다. 퀄컴의 ‘스냅드래건 X 플러스’는 기존 제품보다 CPU와 GPU 성능은 일부 낮췄다. 다만 AI에 특화된 만큼 NPU 성능은 유지했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낮은 700~900달러(약 90만~120만원)라는 가격에 보급형 AI PC 출시가 가능해졌다.

AMD는 이르면 내년 초 보급형 AI PC를 위한 칩 ‘크라켄 포인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성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초당 45조~50조회 연산의 AI 성능을 낼 수 있는 NPU가 탑재될 것이란 전망이다. 가격은 799달러(약 105만원)에서 시작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PC에서 다른 기능보다 AI 기능들의 구현이 중요해지면서, 보급형 PC부터 고급 PC까지 AI 프로세서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프로세서(processor)

PC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으로, 연산 등 주요 업무를 수행한다. 기존 프로세서는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로 이뤄지는데, 최근 AI PC 전용 프로세서에는 이와 더불어 AI에 특화된 NPU(신경망처리장치)가 탑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