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상훈

삼성전자가 화면을 접을 수 있는 역대 갤럭시 Z 폴드 시리즈 중 가장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의 ‘갤럭시 Z 폴드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한다. 삼성전자는 25일 출시를 앞두고 갤럭시 Z 폴드의 ‘슬림 버전’을 21일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두께를 줄인 슬림 버전의 스마트폰을 따로 출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의 신제품은 두께 10.6㎜(접었을 때), 무게 236g으로 지난 7월 공개한 ‘갤럭시 Z 폴드6′와 비교해 1.5㎜ 얇아지고 3g 가벼워졌다. 색상은 블랙 쉐도우 한 가지, 출고가는 278만9600원으로 책정됐다.

‘폴드’와 ‘플립’ 시리즈로 접는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해 온 삼성전자가 무게를 줄인 별도 제품을 내놓은 것은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급성장하는 폴더블폰 시장의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최근 중국에서 화웨이의 두 번 접는 스마트폰 ‘메이트 XT’는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틈새 상품으로 인식되던 폴더블폰의 시장성이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폴더블폰 시장에 줄줄이 뛰어들면서, 업체들이 화면 크기뿐 아니라 두께와 무게 경쟁도 벌이고 있다”며 “제조사들이 각각 차별화된 요소들을 앞세워 시장 선점 경쟁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상훈

◇두께·크기·무게 앞세워 각개 약진

5년 전 처음 출시된 폴더블폰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5% 수준. 무겁고 손에 쥐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제조사들이 기존에 없던 형태와 사양의 모델을 내놓으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앞세우는 것은 두께다. 이번 갤럭시 Z 폴드 ‘슬림 버전’은 두께가 전작(12.1㎜) 대비 약 13% 줄고, 내부 화면은 8인치로 5% 키웠다. 무게는 236g으로 전작보다 3g 줄었다. 그러면서도 카메라를 2억 화소까지 업그레이드하며 강화했다. 직전에 내놓은 갤럭시 Z 폴드의 카메라는 5000만 화소였다.

삼성전자가 무게와 두께를 줄인 신제품을 별도로 내놓는 건 후발 업체인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추격 때문이다.

중국 화웨이는 화면 크기와 새로운 형태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화웨이가 지난달 출시한 ‘메이트 XT’는 세계 최초 두 번 접는 폴더블폰이다. 펼쳤을 때 두께는 3.6㎜인데, 화면은 10.2인치로 웬만한 태블릿 PC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중국의 비보는 가장 가벼운 폴더블폰을 강점으로 잡았다. 비보는 올해 상반기 비보 X 폴드3를 내놓으며 단 219g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가장 가벼운 폴더블 스마트폰이었던 아너의 매직 V2(231g)보다 12g이나 줄였을 뿐 아니라 기본 바(bar)형 스마트폰인 아이폰16 프로 맥스(227g), 갤럭시 S24 울트라(232g)보다도 가벼운 수준이다. 비보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탄소섬유 힌지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IT 전문 매체 씨넷은 “기존에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크기를 키우는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점점 더 가볍고 한 손에 쥘 수 있는 경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치열해진 폴더블폰 경쟁

스마트폰 업계에선 폴더블폰이 본격적으로 고가 제품 시장의 한 축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 번 접는 화웨이의 ‘메이트 XT’는 지난달 출시 이후 공급이 달려 중고 거래 시장에서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메이트 XT 256GB 모델의 공식 가격은 1만9999위안(약 377만원)부터 시작하지만, 출시 직후 포장도 뜯지 않은 중고 제품은 1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경쟁사들도 새로운 형태의 폴더블폰을 준비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두 번 접히는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화면이 늘어나는 ‘롤러블 플렉스’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는데, 삼성전자가 이를 이용해 신제품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는 이달 초 갤럭시 Z 플립처럼 포개 접을 수 있으면서도 두 화면이 연결된 부분을 90도 이상 돌릴 수 있는 ‘목이 돌아가는 폴더블폰’을 특허 출원했다. 애플도 2026년 폴더블폰을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점유율은 23%로, 처음으로 화웨이(35%)에 1위를 내줬다. 또 다른 중국 업체 아너(12%), 모토로라(11%), 오포(8%)도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