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AI로봇. /화웨이

중국 화웨이가 지난해 출시한 첨단 인공지능(AI) 칩에 대만 TSMC가 만든 반도체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상무부는 TSMC를 상대로 AI 반도체 제조에 관여했는지 조사 중이었는데, 사실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20년 이후 미국은 AI와 반도체 등 최첨단 기술에 대한 대중국 수출 통제를 시작하며 해마다 수위를 높여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우회해 최첨단 칩을 확보해 제품을 개발 중이다.

23일 로이터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화웨이가 자체 개발해 출시한 AI 칩 ‘어센드910B’에 자신들이 만든 반도체가 들어 있었다고 미국 상무부에 통보했다. TSMC는 고객사가 반도체를 설계해 주문하면, 그에 맞춰 제작해 주는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다. TSMC와 가까운 소식통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TSMC가 대규모 언어 모델 학습을 위해 설계된 어센드910B와 유사한 제작 주문을 받은 후, 미국 상무부에 이를 알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TSMC 측은 지난 18일 “규제 당국을 포함한 당사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등 규정 준수를 보장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테크 업계에선 화웨이 등이 다른 기업을 통해 TSMC에 주문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은 유학생 등을 통해 미국이 제재 품목으로 지목한 첨단 반도체를 밀수하기도 한다.

중국은 이뿐 아니라 64조원 규모 반도체 3차 펀드를 조성하고, 자국 기업에 자국산 반도체 사용을 압박하는 등 강도 높은 미국의 수출 제재 속에서도 하드웨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소프트웨어 독립에도 속도가 붙었다. 화웨이는 22일 최신 운영 체제(OS) ‘하모니 OS 5.0′을 출시했다. 이번에 출시된 최신 버전은 하모니 OS의 5번째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1만5000개의 기본 애플리케이션이 탑재됐다.

하모니 OS는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가 시작되자 독자 개발한 OS다.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기기 등에 적용된다. 현재 10억 대 이상의 전자 기기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의 위청둥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하모니 OS는 안드로이드 및 애플의 iOS와 완전히 독립적인 운영 체제”라며 “최신 버전은 전 세계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옵션과 시장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하모니 OS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분기 17%로, 애플의 iOS(16%)를 처음으로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안드로이드(68%)였다.

TSMC가 미리 알고도 미국의 대중 제재를 위반했는지는 불확실하다. TSMC는 대만 기업이기는 해도 주요 고객들이 애플과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이 많아 미국이 수출 제재를 가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작년 4월 하드디스크 제조 업체 씨게이트는 2020년 중국 수출통제법 발효 이후에도 1년간 화웨이에 740만개의 드라이브를 팔아 벌금 4000억원을 부과받기도 했다.